지난 겨울은 유난히 변덕스러웠다. 때아닌 굵은 비가 내렸고, 어느 날은 몹시 바람이 불다가 눈은 옴팡지게도 내렸다. 겨울은 혹독한 메마름 속에 있었다. 봄볕은 환하고 날은 포근한 삼월이 왔건만 마음은 빗장이 열리지 않고 있다. 여전히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다. 외로움이 얼음 조각이 되어 만져지지 않는 심장 어딘가를 떠돌고 있었다. 춥고 외롭다. 이 느낌은 버려지지 않았다. 훅. 한 줄기 어떤 바람이 들어온다면 새로운 무언가가 솟아날 것같은 막연함이 감돌았다. 느닷없이 눈에 띈 것은 <춘설> 두 글자였다. 황병기의 춘설. 듣고 싶었다. 그 가락이면 속에 묵직한 덩어리가 되어 떠도는 느낌들이 풀어질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