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가게 하나가 또 사라지고 보니…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 허무해지는 일상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온 지 이제 일 년 반 정도 되었다. 어쩌다 보니 연고도 없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이곳에서 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일단 조용한 게 가장 마음에 들고,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나 대형마트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개성 있는 카페와 빵집들이 즐비하고, 채소와 과일, 육류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가게가 있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단골 가게 사장님들과 잠깐씩 사는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낯선 동네가 이젠 몇 년 동안 살았던 것처럼 익숙하고 편안해졌다.
그런데 나름 주택가인 이 동네도 임대료 이슈가 있는지 정 붙일 만하면 단골 가게가 문을 닫는 일이 꽤 있어서 섭섭하다. 오늘도 동네 정육점이 마지막으로 영업하는 날이라고 해서 일부러 가봤는데 가게 정리를 거의 다하고, 몇 가지 포장육류를 할인해서 팔고 있었다. 육류를 끊으라는 계시인가 싶어 오늘 최후의 만찬 거리를 사 오면서 사장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이 동네에서 가장 처음 이별했던 단골집은 크루아상 맛집이었다. 아침 운동 나갔다가 오는 길이었는데 육교아래 옹색하게 자리 잡은 카페가 아침 7시도 안 된 시간에 문을 열어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는데 막 구운 크루아상과 커피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아침 운동 갔다가 가끔 들릴 때마다 어찌나 맛있는지 가족 생각이 날 정도였는데 반년이나 되었을까, 김포에 새 카페를 운영하게 되어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한 것이다. 너무 아쉽고 서운해서 방황하던 발길을 잡는 새로운 빵집을 발견했다.
동네 단골 가게 중 가장 자주 가는 곳이 되었는데 항상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사장님의 열정과 부지런함은 언제나 감탄스러웠고, 야구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 수다 친구가 되었다. 가게 한쪽에 사인볼과 유니폼을 보고 한눈에 야구팬이란 걸 알 수 있어 ‘야구’를 매개로 꽤 친해졌다. 경쟁이 치열한 상권에서 가성비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가게는 장사가 잘되었지만 몇 블록 되지 않는 거리에 카페가 너무 많아 가성비를 유지하기가 영 어려운 눈치였는데 조만간 다른 곳에 카페를 낼 계획을 전했다.
단골 정육점도, 단골 빵집도 문을 닫는 건 아무래도 체중감량 계획에는 청신호가 아닐 수 없지만 거의 은둔형 외톨이처럼 살아가는 내가 그나마 소통하고 사는 이웃이 사라진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만나면 헤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 또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 보는 수밖에… 언젠가부터 조각조각 짧은 인연들로 채워지는 것이 허무해서 다음 인연은 그래도 조금 오래 이어지는 인연이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