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힘들지, 일이 힘들까.

그래도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by Rosary

직장생활을 해 본 분들이라면 일을 그만두고 싶었던 이유는 일보다 사람이라는데 공감을 할 것이다. 일이야 처음엔 서툴더라도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직장에서 매일 부딪히는 사람들과 문제가 생기면 피할 수도 없고, 사사건건 스트레스에, 피곤해지는 경험을 하면 아무리 마음에 드는 직장이라고 해도 그만두고 싶은 충동이 들 수 있다.


나 역시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람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돌이켜 보면 힘든 사람이 상사보다 부하직원일 때가 훨씬 힘들었던 것 같다. 상사라면 어떻게든 맞춰줄 수나 있을 텐데 업무방식이 난감한 부하직원을 이끌어가는 것이 난이도가 더 높은 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내 팀에 낙하산 타고 착륙한 부하직원이었는데 해당 업무 경력이 전무한 인력이라 지극히 상식적인 일에 대해서도 상식밖으로 저지르니 그걸 수습하다 보면 내가 할 일에 시간이 부족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한 번은 회사 대표가 나이 서른이 넘도록 직장 생활해본 경험이 없이 ‘힙합 전사’ 경력만 있는 처남을 내 팀에 낙하산으로 보냈다. 그는 당연하게도 MS 오피스를 다뤄본 적이 없으며 심지어 거래처와 전화응대조차 제대로 못했다. 대표는 나와 마주칠 때마다 처가의 골칫덩어리라 자기가 어떻게든 사람 만들어보겠다고 했다면서 ‘미안하다, 잘 부탁한다’만 거듭했다. 아니, 사람 만들어보겠다고 데려왔으면 자기가 사람을 만들 일이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한 번만 있었다면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내가 낙하산 조련을 잘할 것 같은 관상으로 보였는지 유독 낙하산 타고 내려온 문제 직원들을 떠맡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결국 힙합전사를 비롯한 낙하산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떠나곤 했지만 그들과 함께 일하는 동안 참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이런 수준의 사소한 고충에도 회사 가기 싫은 순간이 종종 있었는데 정말 심각한 ‘벽’에 부딪혔을 때는 고통과 무기력함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직장에서 벌어지는 각종 문제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간혹 발생한다. 오늘도 대기업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40대 팀장이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괴로워하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될 것이지, 굳이 자살까지 할게 뭐냐면서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자살에 이르는 사람들의 경우, 극단적인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빠져 한순간에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아무래도 예전보다는 친밀하지도 않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어 구성원들의 고충과 부담에 대해 무심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내 옆에서 일하는 사람의 심상치 않은 변화에 대해서는 둔감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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