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얼마 전 tvN <댄스가수 유랑단>을 보다가 울컥한 장면이 있었다. 이효리가 자신과 20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매니저 이근섭 씨의 결혼식에서 축하인사를 하면서 그 세월 동안 부모님 두 분 모두 여읜 매니저 동생 결혼식 혼주석에 앉아있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면서 눈물이 터진 것이다. 말이 20년이지 바람 잘 날 없는 연예계에서 20대가 40대가 된 긴 세월 동안 동거동락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연예인 이효리에 대해서도, 인간 이효리에 대해서도 모르지만 두 사람 사이의 믿음과 의리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살다 보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게 인간관계이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를 받는 일은 흔하고, 반대로 내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연인 사이나 친구 사이처럼 사적인 관계도 그렇지만, 일로 만난 사이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교감을 하려면 ‘결’이 맞아야 한다.
일하는 입장만 따져봐도 ‘결’이 맞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호불호와 지향점의 차이가 크다 보면 일의 진척이 늦어지고, 성과도 신통치 않을 때가 많다. 최근 연예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킨 어떤 걸그룹의 소송 사건을 보면서 처음부터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일을 도모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양쪽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입장 차가 너무도 극명하게 갈리는 게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거나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요즘 시대의 격언은 나름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는 걸 구구절절 사례를 나열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배려하고 양보를 해주는 사람을 알아주고 고맙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호구로 보면서 이용하고 착취하려 드는 세태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이효리와 매니저의 20년간의 우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의리’라고 볼 수 있다. 이효리가 연예인이기 때문에 주목받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니저가 이효리를 위해 헌신했던 일들을 그녀가 기억하고 고마워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관계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연예인이 매니저가 헌신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매니저가 연예인을 돈 버는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면 이들의 관계는 진작 끝났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의리’를 지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본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의리’를 지키는 것이 그 관계를 오랫동안 견고하게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부부 사이에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걸 잊지 않는다면 화목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아내를 배려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베풀고, 형이 동생에게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에게 해준 일들을 기억하고 고마워한다면 아내도 남편을 배려하고, 자식도 부모에게 베풀고, 동생이 형에게 양보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원래’라는 것도 ‘당연’ 한 것도 없다. 간혹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무적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이해만을 바라는 태도를 일관하는 경우를 볼 때가 있다. 미안하지만 인간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마음을 쓰지 않는데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 쓰는 걸 바라는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나야 관계 개선이 가능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