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을 살리는 작가의 상상력

루마니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드라큘라』는 쓸 수 있어...

by Rosary

19세기 예술작품을 좋아하는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아일랜드 소설가 두 명이 있다. 『프랑켄슈타인. 1818』을 쓴 메리 셀리(1797~1851)와 『드라큘라. 1897』를 쓴 브람 스토커(1847~1912)가 그들이다. 당시 아일랜드는 어떤 상황이었길래 이런 걸출한 공포소설 작가들이 등장했을까.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로 전 세계가 기상이변 때문에 여름이 없는 해로 기록된 1816년 스위스 제네바 근교의 별장에서 바이런 일행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메리 셀리 커플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괴담배틀을 벌였고, 메리 셀리의 이야기를 경청한 바이런이 소설로 집필해 보라는 권유로 쓰게 된 소설이 그 유명한 『프랑켄슈타인』이다. 당시엔 여성이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터부시된 까닭에 그녀의 소설은 익명으로 출판하게 되었고, 1831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실명을 밝혔다고 한다.


브람 스토커는 영국의 유명 배우 헨리 어빙의 비서로 일했다. 그래서 『드라큘라』의 캐릭터 모델이 그를 괴롭히던(?) 헨리 어빙이라는 썰도 있다. 브람 스토커는 『드라큘라』의 집필을 위해 흡혈귀에 대한 연구를 상당히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흡혈귀 소설이 유행처럼 많이 나왔지만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가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람 스토커는 평생 드라큘라의 고향인 루마니아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단지 트란실바니아 지방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 오는 아름다운 여인의 목덜미만을 탐하는 흡혈귀 전설에 매료되어 소설을 쓰게 되었다.

『드라큘라』의 무대가 된 브란 성

십수 년 전 설 연휴에 루마니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드라큘라』의 전설이 탄생한 장소를 보고 싶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1431년 시기쇼아라에서 왈라키아 소국의 왕자로 태어난 블라드 체페슈는 오스만 튀르크의 위협에 맞서 싸운 전쟁영웅으로 ‘체페슈’는 ‘꼬챙이’라는 뜻으로 전쟁포로들을 꼬챙이로 꿰어 처형하는 잔인한 면모가 있었다고 한다. 『드라큘라』의 무대가 되는 브란 성은 블라드 체페슈의 초상화와 당시 가구와 옷,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는데 겨울에 가서 그런지 몰라도 성을 돌아보는 내내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시기쇼아라에 있는 블라드 체페슈의 생가

반면 시기쇼아라 구시가지 시계탑 앞에 블라드 체페슈의 아버지가 직접 지었고, 그가 태어난 생가(Casa Vlad-Dracul)는 내가 갔을 당시에는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무섭다기보다 코믹해 보이는 드라큘라 입간판을 보면서 여기가 정말 드라큘라의 생가인가 의심스러웠다. 마을 광장에는 루마니아의 작은 도시를 유명하게 한 드라큘라의 동상이 있었는데 동유럽에서 여전히 경제적 발전이 더딘 가난한 나라 루마니아의 생계를 책임지는 그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시기쇼아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는 드라큘라 동상

루마니아에 와본 적도 없는 아일랜드 작가의 상상력으로 인해 백 년 뒤 작은 시골 마을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유명 관광지가 된 것만 봐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시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콘텐츠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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