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국민이 14세가 되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

오시비엥침 가는 길

by Rosary

수년 전 설 연휴를 이용해서 폴란드와 루마니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서유럽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인데 겨울에 여행을 가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제대로 느껴졌다. 폴란드 여행을 하면서 가장 먼저 계획에 넣은 곳은 오시비엥침(폴란드어 Oświęcim, 독일어. Auschwitz )이다. 이곳만큼 제2차 세계대전의 분위기를 가장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오시비엥침은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서쪽으로 5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공업도시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극에 달했을 당시 이곳에 최악의 강제수용소가 세워졌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나 <인생은 아름다워> 등에 등장하는 강제수용소가 바로 이곳 오시비엥침이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 폴란드 국회는 150만 명이 학살된 이곳을 인류의 죄악을 확인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인간성 상실의 처참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폴란드 국민은 14세가 되면 이곳을 의무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오시비엥침의 수용인원이 넘치자 추가로 만든 수용소 비르케나우 내부

유럽 각지에서 실려온 유대인들은 노동이 가능한 젊은이들은 강제수용소로 보내지고 노인, 어린이, 환자 등은 그 자리에서 살해되었다. 강제 노동자들도 주기적으로 건강 상태에 따라 선별되어 처형하였으며, 일부 사람들은 의학 실험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오시비엥침 박물관 견학을 시작하는 입구에는 "ARBEIT MACHT FREI(일하면 자유로워진다)"라는 문구가 걸려있는데 나치의 기만적인 태도를 비꼬기 위해 이곳 노동자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엄청난 규모의 수용소를 돌아본 후 가장 충격적인 곳은 희생자들에게서 빼앗은 옷, 신발, 그릇, 안경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전시공간이었다. 특히 카펫과 가발을 만들 목적으로 모아놓은 여성들의 머리카락 더미를 지켜보면서 70여 년 전 머나먼 나라에서 벌어진 비극이 가슴에 비수처럼 박히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나치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자신들이 저지른 엄청난 범죄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랜 시간 광범위하게 진행된 만행을 덮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가스실

인상적인 것은 폴란드는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똑바로 쳐다보기 괴로운 현장을 과감히 유물로 보존하는 결단을 감행했으며, 독일 역시 폴란드의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매년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오시비엥침을 돌아보면서 반인류적 범죄를 자행한 전범을 대하는 그들의 단호한 자세와 집요하게 추적하여 책임을 묻는 역사의식이 유럽의 저력을 이끌어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뼈를 깎는 반성과 고통 없이 유야무야 넘어간 과거는 언젠가는 반드시 되풀이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keyword
이전 17화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