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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Nov 04. 2023

가을낭만횟집

접시에 단풍 몇 장 올렸을 뿐인데…

아버지 기일이라 우리 남매는 수목장에 인사를 다녀왔다. 늦가을이지만 제법 더운 날씨여서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섰다. 주말을 맞아서인지 추워지기 전에 들르신 건지 성묘객들이 평소보다 많아서 평일이랑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예약을 하기 위해 자리를 보러 온 손님들까지 많아서 수목장 직원들도 바쁘고 평소 조용하던 수목장이 꽤 어수선했다.


다른 날보다 일찍 자리를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약간 마음 상하는 해프닝이 있어 우리 둘은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눈치를 살피면서 수목장 다녀오는 길의 필수코스인 단골식당으로 향했다. 이 동네로 이사 오고, 부모님 묘도 가까운 수목장으로 옮겨온 후 우연히 들렀던 횟집인데 사장님이 친절하신 데다가 회도 싱싱하고 맛있어서 우리는 꼭 이곳에서 점심을 먹곤 했다. 


처음 갔을 때 중년 오누이가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하고 정다워 보인다며 어쩜 그리 사이가 좋냐고 감탄하면서 사장님이 말을 걸어오셨는데 그 이후 사장님과 이런저런 안부인사를 물을 정도로 친밀하게 되었다. 평소와 달리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우리였지만 기본안주 서빙을 보자 기분이 확 풀렸다. 

알록달록한 단풍을 모아 오셔서 접시에 올린 모습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사장님께서 지난 주말에 고향으로 단풍놀이를 다녀오셨는데 단풍이 너무 예뻐서 한아름 가져오셨다면서 웃으신다. 요즘엔 음식 맛을 완성하는 것은 플레이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플레이팅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파인 다이닝에서 맛보다 비주얼로 승부를 거는 건가 싶을 정도로 본말전도(本末傳導)된 과한 플레이팅을 볼 때는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저 접시에 단풍 몇 장을 올렸을 뿐인데 안주가 훨씬 맛있어 보이고, 소녀 같은 사장님의 마음이 전해져서 괜시리 뭉클했다. 우리가 언제나 선택하는 기본 정식 자체도 풍성하고 맛있지만 메뉴 외에도 제철 맞은 재료를 이용한 안주를 제공하고, 낚시로 잡아온 생선을 구워주시거나, 특별한 해산물을 내놓으셔서 이곳이 오마카세의 본질을 가장 잘 이해하는 곳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몇 년이 지났어도 부모님 기일이면 울적하고, 그리운 마음이 큰데 그럴 때마다 이곳은 우리에게 음식으로 큰 위안을 준다. 한결같은 정성과 낭만까지 곁들인 오늘 점심, 언제나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메인 이미지 영화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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