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 친구이자 장난감인 노트북이 고장났다 !
지난 10월 중순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로 다음 카카오가 멈추자 나라 전체가 멈춘 듯한 대혼란에 빠졌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다음 카카오의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시설이자 하드웨어인 서버가 운영되는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속수무책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무엇이 IT 강국인가 의문이 들었다.
만약 인터넷 회선이나 망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싶고, 이제 인터넷 없이 하루도 살기 힘들겠구나 싶어 걱정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영화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업계 사무실마다 한권씩 있는 책이 있었는데 바로 『열려라 비디오』가 그것이다.
매년 개정판이 나오는 이 책은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 업무를 하다가 어떤 영화를 찾아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책이었다. 당시 직장에서 몇 몇 동료들이 나를 ‘열려라 비디오’처럼 써먹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총기가 좋은 편이라 동료들이 무슨 영화가 언제 개봉했는지 궁금할 때 내게 물으면 내가 일을 시작한 후 웬만한 개봉영화들의 개봉일은 외우고 있어서 즉답을 해주곤 해서였다.
암기를 하려고 외운 게 아니라 그냥 일을 하다보니 저절로 외워진 것이다. 애정이 있고, 관심이 있는 일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무엇이든 궁금하면 생각하려 하지 않고 인터넷 검색에 의지하다보니 지식과 기억이 휘발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은 편리하지만 우리 뇌의 기능을 조금씩 좀먹는 게 아닐까?
브런치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커서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키보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여러번 전원을 껐다가 켜도 마찬가지... 당황스럽고, 막막했지만 다행히 구형 노트북을 하나 더 가지고 있어 글을 쓸 수 있었다.
한 여름에 냉장고가 고장나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가전제품 중에 고장나면 가장 난감한 건 역시 노트북일 것이다. 거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 의존하는데다가 글쓰기 또한 아직 스마트폰보다 노트북을 이용하는 게 편해서기도 하지만 어른에게 노트북은 최고의 친구이자 장난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드니 조그만 화면보다 역시 큰 화면이 편한 거거익선이 진리라는 걸 실감한다.
사용하지 않던 노트북을 오랜만에 쓰려니까 키보드 터치도, 화면도 영 낯설다. 그런데 낯선 노트북으로 글을 쓰니 기분도 새롭고, 글도 다르게 쓰여지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 주는 낯설음과 불안함이 새로운 글쓰기의 동력이 될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