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그리운 이유

by Rosary

예전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중에 겨울을 가장 좋아했다. 눈 내리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뺨과 코끝을 얼리는 차가운 기운을 특별히 좋아했다. 콜라는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인데 한겨울에 눈 맞으면서 콜라 마시는 걸 즐겼다. 커피는 무조건 뜨거운 쪽이라 “얼죽아”는 거리가 멀지만 오래전부터 “얼죽콜”을 고수했다.


그런 나의 겨울이 불편해지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손이 트는 것도 아니고, 물집 같은 게 잡히기 시작해서 겨울 내내 괴롭히다가 개나리 진달래 필 즈음, 저절로 낫는 피부질환이 생긴 것이다. 다른 부위는 괜찮은데 꼭 손등이 문제였지만 올 겨울에는 발등까지 말썽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저절로 낫는 병이라 병원 다니면서 치료하기도 애매하지만 해를 더할수록 버티기 힘들 만큼 불편함이 커져서 걱정이다. 찬바람 맞으며 논두렁 스케이트장에서 하루 종일 추위를 잊고 놀아도 감기조차 걸리지 않던 어린 시절의 건강함은 돌이킬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서글프다.

면역력이 떨어진 건지, 염증 수치가 높아진 건지 겨울마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무덥고 습한 싱가포르에서 6년을 살면서 체질이 변한 건지 한파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겨울의 건조한 기후는 조금 과장하자면 내 몸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견디기 힘들어진 느낌이다. 여전히 살을 에는 겨울 칼바람 맞으며 걷는 취향은 그대로인데 몸이 따라주지 못하니 이것처럼 속상한 일도 없다.

나이 들수록 이런 증상은 악화될 것 같은데 내년부터는 계획을 잘 세워서 겨울 석 달 동안은 더운 나라에서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섭씨 34도를 오르내리는 12월의 무더위로 아무리 화려한 장식을 해도 분위기가 살지 않던 싱가포르의 크리스마스가 그리워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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