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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막혀 있어도 바보놈이 될 순 없어!

by Rosary

3일 밤 KBS 1TV <시사기획 창-알고리즘 인류>는 요즘 내가 걱정하고 있는 주제를 방송했다.

알고리즘 인류, 1부 현실을 삼키다 [풀영상] | 창401회 (23.1.03) - YouTube

바야흐로 지금은 ‘알고리즘 세상’이다. 유튜브를 보든, OTT를 이용하든, 쇼핑을 하든 모든 것이 알고리즘 따라 추천되고 있고, 알고리즘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많다. 나는 어떤 쪽이냐 하면 알고리즘에 저항하는 쪽이다.


알고리즘의 추천을 볼 때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스토킹당하는 기분이랄까 시스템을 가동해서 나에 대해 모든 걸 안다는 듯이 내놓는 결과물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확 잡친다.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식의 전방위적 행보(?)로 알고리즘과의 거리 두기를 유지하고 있어서인지 유튜브의 추천영상들이 널을 뛰는 걸 보면서 묘한 쾌감을 느끼는 편이다.

꽤 오랫동안 IT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알고리즘의 원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고, 무섭고, 반감이 생긴 지도 오래되었다. 그런 막연한 반감이 구체적으로 각인되었던 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2002>였다.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고, 추적하던 앤더튼(톰 크루즈)이 하루아침에 살인범으로 지목돼서 도망자가 되어 모든 시스템에 추격당하는 장면은 공포 그 자체였다.

반사회적인 성향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시스템이 개개인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불쾌한 일이다. 그리고 개인의 정보를 모두 확보한 기업들은 시스템을 풀가동하여 고객을 꼼짝달싹 못하게 해서 효율적인 돈벌이를 하고 있다. 가능하면 현금을 사용하고, 스마트폰에 앱을 깔지 않는 것으로 처량하게 저항하고 있지만 빅 브라더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리즘과 최후까지 맞서야 하는 이유는 크라잉넛이 말했듯 “모든 것이 막혀 있고, 우리에게 힘이 없더라도 우리는 달려야 하고, 바보놈이 될 수 없어서”다. 영상으로 30분이면 요약해서 알 수 있는 내용을 3시간 넘는 책 읽기로 알려는 사람을 비웃는 세태가 존재하지만 나는 여전히 ‘독서’의 힘을 믿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뒤처지지 않고 이해하려면 유튜브로 가볍게 보고 넘어갈 때도 있다. 그런데 개인적인 경험을 말한다면 유튜브로 접한 정보는 휘발성이 강하다. 볼 때는 흥미롭지만 보고 나서는 머릿속에 남는 게 별로 없어 지식으로 쌓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책은 읽으면서 스스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있지만, 영상은 일방적인 전달일 뿐 내가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책 읽기’와 가장 큰 차이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인간에게 생각하는 힘이 사라진다면 존재의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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