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선 아프지 말아요

건강만 허락한다면 못할 일이 없으니까요.

by Rosary

브런치나 유튜브에서 투병일기를 접할 때가 있다. 난치병 혹은 사고로 장애를 입은 분들의 글이나 영상을 보면 마음이 안 좋기도 하거니와 부모님을 떠나보낸 후에는 도무지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 세상을 떠난 작가의 담담한 투병일기를 보고 너무 담담해서 더 슬펐던 기억이 났다. 암 선고와 재발과 치료를 수년동안 거듭하면서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낼 수 있을까 감탄스러웠다.


제주 여행을 갔을 때 비가 오고 궂은 날씨여서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다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방문한 적 있다. 제주의 오름을 대중에게 알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가 촬영한 오름 사진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이 있었다. 그는 제주에 정착하여 제주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전념했다. 김영갑 갤러리 공사를 하던 중 평범한 오십견으로 알았던 팔과 어깨의 통증은 루게릭병의 증상이었다. 그는 투병 중에도 공사를 이어갔고, 사진 작업에도 열정을 다하다가 2005년 5월 생을 마감했다.

kyg.jpg 출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삶의 종착점이 뚜렷하게 보이는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삶을 완주해 내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이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강인한 의지의 다름 아님이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못할 일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건강이란 것이 언제 어느 때 갑자기 놓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건강을 지켜내는데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아침 정보프로그램과 홈쇼핑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콘드로이친이니, 글루타치온이니 하는 것들까지 챙겨 먹을 돈과 열정은 없으니 음식 가려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틀 동안 잠깐 약 사러 나갈 때를 빼고 누워만 있었더니 온몸이 찌뿌둥하다.


자정 무렵 열이 37.2도까지 오르길래 걱정되었는데 2시쯤 되자 36.6도로 내리고 아침 9시쯤에는 36.3 도 정상으로 내렸다. 맥박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목이 좀 아프고, 근육통이 있는 정도니 다행히 와병은 1박 2일로 마치는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아파도 금방 털고 일어났지만 면역력이 떨어지고,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은 중년이 되니 아프면 어쩐지 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열이 나면서 아파본지도 정말 오랜만이다. 부모님은 내게 여러 가지 좋은 유전자를 주셨지만 오래 아프지 않고 금세 회복하는 능력은 특별히 감사하는 부분이다.


하루종일 누워있는 것이 답답하고 지루해서 청소도 하고, 살살 움직여봤는데 괜찮은 것 같다. 휴우, 다행이다. 코로나인지, 일반 감기인지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며칠 동안 외출은 삼가여야겠다. 내가 누군가에게 바이러스가 옮아온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바이러스를 옮겨줄 수도 있으니… 집에 있는 사과와 배를 열심히 먹어치우면서 수분과 비타민 보충을 했더니, 공복감과 입맛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도 뭘 좀 먹고 기운을 차려야지, 혼자선 아프지 말아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