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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루이비통과 무난한 샤넬

벼르고 별러서 비슷비슷한 선택을 하는 이유

by Rosary

내가 일했던 업종은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사치품에 친근한 편이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배우들이 입고 걸치는 화려한 패션을 소개하는 잡지를 만들 때는 각종 브랜드의 신상과 유행상품들을 질리도록 구경한 적도 있다. 예쁘고 멋진 건 알겠는데 그냥 견물(見物)에 만족할 뿐 생심(生心)까지 도달하지 않는 종족인 건지 저걸 내가 사서 입고 걸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명품 소비액은 168억 달러(약 21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중국의 명품시장은 감소세로 돌아선 것에 비해 한국은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티파니, 구찌, 버버리 등 세계적인 명품 기업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급여에 몇 배에 달하는 비싼 가방과 옷을 몇 개쯤 장만하는 것이 크게 흉이 되지 않는 세태가 되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해도 “나를 위한 선물”로 포장하면 그럴듯한 씀씀이가 되고 근검과 절약은 궁상이라고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소비 권하는 사회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내가 별종인건가.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2018년~2022년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다가 세관에 적발된 소위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 명품 규모가 2조 2천405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싸고 좋은 물건을 좋아하고 가지고 싶은 마음을 탓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명품 소비 현상은 과열되어 있고 일종의 쏠림 현상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구입하는 브랜드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디자인 가방이나 샤넬의 체인백은 큰 마음먹고사는 사치품이다 보니 모험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해서인지 진품도 가품도 흔하디 흔하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몇 개쯤 가지고 있으니 나도 체면치레용으로 몇 개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식에 지배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람의 취향이야 각양각색일 텐데 온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똑같은 물건이 마음에 드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왕에 하는 쇼핑이라면 자신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는 제품을 사면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텐데 천편일률적인 라인업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벼르고 별러서 지르는 제품인데 튀지 않고 무난한 선택을 하는 건 조금 아쉽다.


*메인 이미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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