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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 송출국 3위,
믿어지시나요?

KBS1 <시사직격> “3천 달러의 삶-해외입양 잔혹사”를 뒤늦게 보고

by Rosary

부정한 방법으로 해외 입양되어 가정에서 누릴 수 있는 평범한 삶을 도둑맞은 입양인들의 기구한 운명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해외입양 송출국 순위에 여전히 한국이 상위권을 차지한다는 사실이었다. 2020년 해외 입양 송출국 순위는 1위 콜롬비아, 2위 우크라이나, 3위 한국, 4위 인도, 5위 중국이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 기준 GDP 순위를 보면 콜롬비아 44위, 우크라이나 56위에 그치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GDP 순위는 2위, 6위지만 인구가 14억 명에 달한다. 경제력으로도, 인구수로도 우리나라가 해외 입양 송출국 3위에 끼어있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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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에 몰려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을 정도로 저출산 국가에서 해외로 우리 아이들을 매년 이렇게 많이 내보낸다는 게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국전쟁 후 전쟁고아들의 생존을 위해 시작된 해외입양은 세계 GDP 10위권에 오른 현재까지 왜 변함없이 계속되는 걸까. 한국계 입양인이자 입양학 학자인 김 박 넬슨은 미국인들이 미국인이 아닌 외국 아이를 입양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인을 입양하면 친모와 입양아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친모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반면 외국 아이는 입양과 동시에 친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다는 것이다. 해외 입양이 더 큰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입양하면 골치 아픈 문제없이 아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여성과 아동의 권리를 무시하는 인권 후진국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것을 선호한다. 방송에서도 소개되었지만 성적 노리개로 삼기 위해 10살 남짓의 여자 아이를 데려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양기관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멀쩡히 부모가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잠시 보육원에 맡겼을 뿐인데 입양 보내기로 한 아이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못 가게 되면 비슷한 아이를 수배해서 대신 보내는 일을 자행한 것이 입양기관이었다. “아이를 많이 내보내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도 있고, 지나간 이야기는 안 하는 게 좋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홀트 아동복지회 전 회장의 훈계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 Every child deserves a family’는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워 정부와 입양기관에서 소중한 국민 개인의 삶을 파탄 내놓고 뻔뻔하고 무책임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이 사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인다.

[full] 3천 달러의 삶 - 해외입양 잔혹사 | 시사직격 139회 KBS 221028 방송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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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년 동안 우리 정부가 저출산 정책으로 쏟아부은 예산은 약 380조 원으로 알려졌다. 1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한 저출산 예산은 2020년대 이후 매년 40조 원 이상 배정되고 있다. 2021년 출산, 난임 지원, 양육, 보육, 가족 복지 등 저출산 문제와 직접 관련된 예산은 13조 원(32.5%) 불과하다. 저출산 예산에서 가장 비중이 큰 건 부동산 관련 임대, 융자 사업으로 24조 원(56.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혼부부나 청년층에게 주택 자금을 지원하는 건 이해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관광 활성화 기반 구축에 126억 원, 국내 관광 역량 강화에 110억 원 등 저출산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업까지 저출산 예산으로 배정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해외로 보내지는 200~300명의 아이를 정부에서 책임지고 키운다면 어느 정도 예산이 발생할까. 출산율은 0.8명 대도 무너지고 있는데 소중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해외로 내보내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해결할 의지를 우리 정부가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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