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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Feb 19. 2023

내 얼굴에서 엄마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할 때

어머니를 피부과에 모시고 갔었다면...

중년이 되면 흰머리, 탈모, 주름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노화의 흔적을 지우느라 애쓰게 된다. 나는 아직까지는 흰머리, 탈모, 주름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지만 취약한 부분이 있다. 어머니가 그랬듯이 얼굴에 주름이 없는 대신 잡티가 하나 둘 생기더니 눈 주위에 집중적으로 보기 싫은 잡티와 톡톡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병변들이 점점 심해진 것이다.  주름이 없는 대신 잡티가 늘어가는데  ‘노화 현상은 참 공평하구나’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가 눈꺼풀에 생긴 병변이 커지고 보기 안 좋은 걸 넘어 불편한 게 느껴져서 가까운 피부과를 찾았더니 비립종인 줄 알았던 것들이 편평 사마귀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리 세대 어린 시절 손에 흔하게 생기던 사마귀 한번 생기지 않았었는데 사마귀가 웬 말인가 싶었다. 방치하면 얼굴 전체로 번지고 재발도 흔하기 때문에 레이저로 제거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처방을 들었다. 얼굴 전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며칠 동안 외출이 어려울 것 같아 당장 시술은 못하고 돌아와서 벼르고 벼르다가 드디어 지난주에 레이저를 쐬고 왔다.


생각보다 시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얼굴 전체에 마취를 해서 얼얼하고 며칠 동안 재생 테이프를 붙이고 있어야 해서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 몰골이 아니었던 1주일 정도가 지나 시술 자국이 아물고 멀쩡해지고 나니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필러니, 보톡스니, 프락셀이니 이런 것들도 아니고 고작 CO2 레이저로 사마귀 제거를 했을 뿐인데 이래서 사람들이 피부과를 다니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내 얼굴에 이런 것들이 생기지 않던 젊은 시절에는 어머니 얼굴의 잡티를 노화려니 여기고 피부과 한번 모시고 가지 못한 게 너무 후회스럽다. 

어머니가 중년 이후 당신을 위해서 화장품을 사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노년이 되어서는 더 심해져서 내가 사다 드리는 화장품도 냄새가 싫다고 바르지 않은 일이 일상이라 어머니 마음에 드는 화장품 사는 게 참 까다로웠다. 그래서 늙어가는 어머니의 얼굴에 크게 마음 쓰지 않았었나 보다. 어머니는 젊어서 참 고운 얼굴이었고, 나이 들어서도 내 눈에는 마냥 좋은 엄마 얼굴이라고만 속 편히 생각했던 것이다. 


평생 어머니는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화장품과 옷을 사들이는 일이 없었기에 그냥 우리 엄마는 치장하는 데 관심 없는 사람이라고 속단했던 것 같다. 그 고운 얼굴에 세월의 흔적으로 보기 싫은 잡티들이 하나 둘 자리 잡을 때 무척이나 속상하셨을 텐데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 이제 와서 생각하니 죄송하고 또 죄송하기만 하다. 내가 나이 들어 겪어보니 비로소 그 속상한 마음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 어리석고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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