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Dec 31. 2022

이벤트 호라이즌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계신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윤하가 3월에 발표했던 노래 ‘사건의 지평선’이 지난 9월 즈음부터 역주행을 시작하면서 차트에 진입한 후 12월 말 현재 멜론 TOP 100 차트에서 43일 동안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걸그룹의 댄스곡 직캠이 인기를 끌며 역주행하는 건 몇 번 봤지만 노래의 힘만으로 역주행하는 건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다.


‘사건의 지평선’이라면 Event Horizon인데 이런 제목으로 노래가 나왔다고? X세대인 나는 노래 제목을 듣자마자 영화 <이벤트 호라이즌. 1997>이 먼저 떠올랐다. 7년 전 우주에서 실종된 탐사선 ‘이벤트 호라이즌‘의 생존 신호를 확인한 후 구조선 ‘루이스 앤 클락’을 파견했지만 이벤트 호라이즌 호의 대원들은 모두 사망한 상태, 그 후 루이스 앤 클락 호 대원들은 이상한 환영에 시달리고 목숨을 잃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SF 공포영화로 막막한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투가 그려진다. 

‘Event Horizon’으로 명명된 이유는 차원과 차원 사이에 구멍을 뚫어 블랙홀을 만드는 중력구동기에 의해 순간적인 공간 이동을 하는 우주선이었고, 이벤트 호라이즌 호의 미스터리에 접근하면서 차원 반대편에 존재하는 미지의 우주에 매료된 과학자 위어 박사의 광기에 맞서는 대원들의 생존을 위한 싸움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래 제목이 ‘사건의 지평선’이라니… 이 노래가 화제가 된 후 찾아서 들어보니 멜로디는 일본 애니메이션 OST에서 들어봄직한 밝고 경쾌한데 가사는 이상하게 슬프게 들렸다. 20대들에게는 그리 슬프게 들리지 않을 것 같은데 중년의 나이인 내가 듣기에는 너무 슬퍼서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이 펑펑 났다. 최근 부모님을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내서인지 가사에 감정이입이 심하게 된 것이다. 


문을 열면 들리던 목소리 

너로 인해 변해있던 따뜻한 공기

여전히 자신 없지만 안녕히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한동안은 꺼내 볼 수 있을 거야


아낌없이 반짝인 시간은

조금씩 옅어져 가더라도

너와 내 맘에 살아 숨 쉴 테니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하나 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2030들에게는 그냥 헤어진 연인을 마음 한편에 아름답게 간직하는 걸로 들릴 거고, 가사를 쓴 윤하조차 그런 뜻으로 썼겠지만 부모님과의 영원한 이별을 최근에 경험한 나에게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으로 전해져서 들을 때마다 눈물이 쏟아진다. 2022년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올해까지만 슬퍼하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아직도 이 슬픔을 의연하게 이겨낼 자신이 없다. 

이전 03화 The End of the World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