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처음 듣고, 무슨 노래인지 영어 가사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서 따라 불렀었던 팝송이 The End of the World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쯤으로 기억하는데 처음에는 뜻도 모르고, 영어 가사가 쉽고, 가수의 목소리가 편안해서 그냥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아주 나중에야 이 노래를 부른 스키터 데이비스(1931~2004)가 함께 밴드 활동을 하던 친구를 자동차 사고로 잃은 뒤 그 충격으로 음악활동을 중단했다가 1962년 활동을 재기하면서 부른 노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노랫말이 세상 슬픈 내용이라는 걸 알고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났었다.
오늘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다. 부모님의 결혼생활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52년 동안 이어졌다. 금혼식에 기억에 남을 축하도 못 해 드렸던 게 두고두고 마음에 멍에로 남는다. 아버지께서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셨는데 뜻밖에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들었고, 입원한 지 3주 만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차분히 정리할 시간조차 가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고, 그 후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어머니께서도 세상을 떠나셨다.
연로하셨지만 건강하셨던 부모님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떠나보내고 나는 정신이 없었고 한동안 멍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에야 두 분의 인생을 정리해드리지 못하고, 생각보다 부모님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걸 깨닫고 후회가 밀려왔다. 건강하실 때 당신들의 옛날이야기를 차분히 들어드렸어야 했는데 한순간에 건강을 잃고 내 곁을 떠나실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부모님을 모신 수목장에 다녀오는 택시 안에서 스키터 데이비스의 The End of the World가 흘러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듣는데 노랫말 한 구절 한 구절에 쏟아지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I can’t understand, no I can’t understatnd How life goes on the way it does 내 우주의 거의 전부가 끝났는데도 세상은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슬프게 한 것이다. Don’t they know it’s the end of the World, It ended when you said goodbye. 당신들이 안녕을 고했을 때 내 세상은 끝나버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