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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an 30. 2023

중년의 고아 일기

나이 들어 고아가 되어도 견디기 힘듭니다. 무척.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이어 떠나보내고 나는 여전히 견디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느껴졌던 세월은 부모님이 떠난 후 몇 배나 더 빠르게 느껴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너무나 빠른 시간이었다. 지난해에는 꿈에서 부모님을 자주 보았다. 꿈에서 만나는 상황은 반갑고 기쁜 게 아니라 미안함과 죄책감이 생생하게 밀려와서 눈물을 쏟다가 새벽에 잠을 깨기 일쑤였다. 그 꿈들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미어지는지 다시 잠들기 힘든 나날들이었다. 


2020년 9월 16일 기침이 멈추지 않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고,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결과를 듣기 위해 10월 12일 병원을 찾았을 때, 담당 의사는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실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10월 14일 입원할 때 어머니 곁을 지켜야 했기에 간병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간병인이 병실을 지켰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서 2주 동안 아버지는 간병인과 생활하셨다. 더 이상은 도저히 아버지 혼자 계시면 안 될 것 같아 보호자 출입이 가능한 동네 병원으로 옮기셔서 가까운 분들과 작별인사를 하시고 일주일 후인 11월 3일 세상을 떠나셨다. 첫 번째 병원 검진 후 49일 만이었다. 


2020년 9월 18일 어머니의 간수치가 높다는 결과를 듣고 내과 진료를 받았다. 10월 5일 CT 촬영 후 어머니의 암 크기가 수술도 항암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결과를 들었다. 의사는 어머니의 정상 컨디션은 한 달 정도 예상했다. 한 달 후면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질 거고 그때부터는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무려 그다음 해 추석까지 내 곁을 지켜주셨다. 2021년 8월 중순까지 친척분들이 의사가 오진한 게 아닌지 알아보라고 할 정도로 식사도 맛있게 잘하시고, 외적으로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 보여서 다행스러워하면서도 살얼음판을 디디고 걷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8월 중순 갑자기 곡기를 끊으시더니 한 달 만인 9월 20일 어머니도 아버지 곁으로 가셨다.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성인이 돼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은 적이 없다. 조부모님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았고, 10대 시절에 돌아가신 탓에 ‘죽음’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어서 그저 돌아가실 당시 며칠 기분이 이상한 정도였다. 성인이 돼서 겪은 ‘죽음’은 건너 건너 아는 사람, 업계 지인 정도여서 ‘죽음’에 대한 마음의 무장이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고아가 되어버려서 감정의 소용돌이가 멈추지 않았다. 중년의 나이에 고아가 되어서도 상실감에 이렇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은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냈을까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사별의 슬픔에 젖은 사람은 우울증에 걸린 게 아니라 다만 적절하게, 합당하게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슬픈 것이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_줄리언 반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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