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나 Dec 13. 2023

애리다

요즘은 참 손이 문제야

 왼쪽 검지 손가락이 애리다. 손바닥이 보이지 않게 손을 세웠을 때 엄지 뒤편에 보이는 검지의 옆쪽 부분. 무언가가 스치기만 하면 느낌이 이상하다.


 콕콕 찌르는 느낌도, 베인 느낌도, 따가운 느낌도 아니다. ‘애리다’라는 느낌이 가장 가깝지만 이것도 정답은 아니다. 검지 손가락에 무언가 스치기만 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애매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 든다. 상처가 나지도 않았고 예전에 다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사실 생각해 보면 최근에 그런 건 아니었다. 예전부터 종종 검지가 애렸다.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뿐. 가끔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꾸만 신경 쓰인다. 예전에는 안 그러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 그랬다면, 점점 더 자주 손이 애리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가끔은 왼쪽 팔까지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요즘은 참 손이 말썽이다. 왼쪽 검지 손가락은 애리고, 오른쪽 손등은 간지럽다. 오른쪽 손등은 전에 한번 간지럽다고 계속 긁어서 난리난 적이 있었는데, 한동안 잠잠하다가 또 난리 났다. 겨울이라 손이 자꾸 트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손이 참 못나다.


 오른쪽 손등이 보기 흉해서 한동안 옷소매로 손을 가리고 다녔다. 전염성이라고 오해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숨긴다고 숨겼지만 나만 내 손을 주의 깊게 본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인이 손이 왜 그러냐고 묻더니, 얼마 뒤 핸드크림을 주셨다. 집에 많으니 하나 쓰라며 말이다. 정말 감사하면서도 내가 챙겨야 하는 걸 다른 사람이 챙겨주고 있음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 이후로 열심히 발랐더니 전보다는 나아졌다.


 오른쪽 손은 간지러워서 그랬다 치지만, 왼쪽 손은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손이 애려요’, ‘손이 애린 이유’를 인터넷에 쳐보니 손이 저릿하면 손을 깨워줘야 한다는데.. 저릿한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통증. 병원에 가기도 조금 그런 게, 계속 애리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통증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만약 심리적이라면 어느 심리일 때 손이 애리다는 것을 느끼는 걸까? 내가 손이 애리다고 생각할 때 더 애린 것이라면, (화장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더 가고 싶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내가 왜 애초에 손이 애리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까.


 요즘은 정말 손이 말썽이다. 왼쪽이나 오른쪽이나 둘 다 마음에 안 든다. 왼쪽 손은 내면이 못나고, 오른쪽 손은 외면이 못나다. 에잇, 못난 손 같으니라고!



(+)

왼쪽 손과 팔은 대상포진 때문이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친구가 생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