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이 너무나 많고 그 건물 안에서 살고 있다 보니 너무나 당연하게 답이 정해진 질문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스무 살에 처음으로 건설현장에서 철근을 시공하고 콘크리트를 타설 하며 건축기술을 배우기 시작 했을 때, 앞서 던진 질문은 생각해 볼 여지도 없는 답이 정해진 문제였다. "당연히 서로 잘 붙지 않겠어?" 정도의 가벼운 끝맺음을 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건축이 좋아지고 이론적으로 더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기존 철근이 구조상으로 원하는 버팀 강도를 얻을 만큼의 결속성을 갖지 못했기에 연구가들은 철근의 형태를 변형해 보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 건축현장에서 볼 수 있는 이형철근이라는 것이 개발되었다.(개발 전에는 매끈한 원형 환봉 형태였다고 한다) 요즘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이형철근은 일정한 간격마다 볼록한 마디가 있어서 더 강한 마찰력과 고정력을 갖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래서 일단 콘크리트가 부어지고 경화되고 나면 서로 절대 분리되는 일은 없다. 그래서 고층의 건물이 지어지고 또 우리가 그 안에 살게 되어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철근과 콘크리트의 시너지 효과
철근은 잡아당기는 인장력에 대한 내력(버티는 힘)이 강하고 콘크리트는 누르는 압력에 저항하는 내압축력이 강해서 서로 결합되면 여러 가지 내외적인 파괴 요소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생활의 여러 부면에서 서로 다른 성질의 소재를 잘 활용하며 결합시키면 구조적, 기능적, 심미적인 부분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욕실을 생각해 보면 전에는 벽과 바닥엔 타일을, 천정에는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서 인테리어 마감을 했었다. 하지만 근래 개인 주택 욕실을 보면 타일과 편백나무를 적절히 배치해서 만든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물이 직접적으로 닿는 면은 타일로 마감해서 변형되지 않고 청소가 용이한 이점을 잘 살리고 물이 잘 닿지 않는 상단부는 내수성(수분으로 인한 변형이나 부식이 적음)이 좋은 편백나무를 써서 습기가 닿았을 때 좋은 향기와 피톤치드를 발생시키는 건강 욕실을 만들 수 있다.
이때, 한 가지 문제는 있다. '편백과 타일 사이에 접합점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이다. 타일과 목재는 탄성과 팽창 계수가 달라서 온도 변화에 따른 부피 변화의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타일에 연이어 붙여진 목재는 수축현상으로 미관상 오점이 될 수 있는 간격을 남길 수 있다. 또한 그 사이에는 이물질이 끼어들 수 있다. 그래서 목재 본드를 써서 고정시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나무는 잇대어진 하나하나의 부재가 목재의 결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수축, 팽창을 할 수 있는데, 만약 본드로 강제 고정하게 되면 목질이 약한 엉뚱한 곳에서 변형되면서 벌어짐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럴 때는 '재료 분리대'라는 것을 사용한다. 서로 다른 재료들의 완충지대라고 해야 할까? 타일과 목재 사이에는 주로 금속 비드(속칭 쫄대)를 사용해서 지역을 나누어 선을 그어 주는데, 이렇게 하면 각 부재의 각기 다른 수축팽창으로 인한 이,간격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해 줄 수 있다. 일종의 시각적 효과라 할 수 있겠다.
이 외에도 콘크리트 벽에 더해진 고급 원목재, 원목에 스틸이 더해진 가구들, 철재 구조물에 목조 인테리어 마감 등의 활용은 미적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경우도 역시 이질 재료의 접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 고민 끝에 얻은 결과는 역시나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사실, 서로 다른 자재를 접합할 때만 고민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적 단절이 있는 재료를 접합할 때도 고민이 따르며, 그 고민은 후일에 생기게 될 하자를 예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번 경화된 콘크리트 위에 덧 타설 하는 경우, 양쪽 다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접합이 잘 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시공의 시간차를 두고 접합된 부위는 언젠간 반드시 균열이 생긴다. 그리고 그곳은 방수문제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물이 침투할 여지가 있는 부위라면 시간적 간격을 두지 않고 한 번에 타설하고 시공 마감한다. 그래야 균열 발생을 방지하고 후에 물이 배어들어오는 하자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목재의 수분 함량(건조의 정도)이 다르면 같은 재료라 말하기 어려워서 시공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금속 재라 할지라도 강철, 스텐, 아연, 우리, 알루미늄 모두 교차시공과 매칭에 대한 전문적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내가 건축재료 연구원도 아니고 더 자세한 설명은 줄이고자 한다. 대신 이제부터 논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서로 다른 여러성질의 재료들이 모여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축물이 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잘 연구해 본다면 집단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 사회에서도 적용해 볼만만 교훈점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철근으로만 지어지는 집도 없고, 콘크리트로만 지어지는 집도 없다. 역시나 나무로만 지어지는 집도 철재로만 지어지는 집도 없다. 어는 한 부분이 주로 쓰이는 자재일 수는 있겠지만 분명 어느 결정적인 부분에는 다른 물질의 자재가 톡톡한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어떤 건축자재는 중요하고 어떤 건축자재는 중요치 않아서 필요 없다는 식의 극단적 선택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속해서 살아가는 여러 공동체를 건축물이라 보고 그 안에 속해 있는 각 인원들을 건축자재라고 생각해 본다면 건전하고 훌륭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건축물 안에 여러 종류의 자재가 쓰이듯이 공동체 안에도 다양한 특성의 사람들이 있다. 각자 어느 부면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각각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 맞추어 가는 일이 불편하거나 힘겨운 일일 수 있다. 그렇다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뭉치고 다른 성향의 사람들은 퇴장해 주시기를 부탁할 것인가? 그러한 공동체는 있을 수도 없고 발전해 나갈 수도 없다.
앞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건축가가 여러 가지 재질의 자재들을 어떻게 결합시키고 시공해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할 때 얼마나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재차 고려해 본다면 공동체의 각 구성원들도 어떤 태도와 노력이 필요할지 떠올려 볼 수 있다.
각자는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각자의 역할과 긍정적인 면을 검토해보고 적합한 위치에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생기는 인적 시너지를 상상해보라.
물론 어려움은 없을 수 없다. 개성과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으니 말이다. 서로 다른 건축자재를 결합하고자 시공법을 고안하는 것도 힘겨운 일인데 사람을 그렇게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더 힘들지 않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이미 여러 가지 화합의 방법들을 연구해 냈다. 단지 편리하고 쉽게 살아가려는 태도가 방해가 될 뿐이다.
내가 속해 있는 공동체를 잘 연합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대화, 긍정적인 태도, 배려, 칭찬이라는 시공법을 사용해 보시길 권해본다.
① 상대방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더 잘 알기 위해 대화하라.
② 어떠한 단점이라도, 잘 제어되면 나에게 없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의 개성을 단점으로 단정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