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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Feb 23. 2024

평가철의 단상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타인을 볼 때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속으로 평가를 하기도 하고, 조직에서 일 년에 두 번 업무 평가를 하기도 받기도 하면서 평가의 정당성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상위 평가는 극소수 이기 때문에 평가 시즌마다 좌절감과 현타의 시간을 가지게 되지만 업무 능력 평가 역시 전반적인 사람에 대한 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조직의 평가에서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평가자의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인간은 지향성을 가지고 살며 그 시간의 축적이 인생다. 인간관과 인생관은 연관이 되어 있고, 사람에 대한 가치나 타인에 대한 선호 역시 삶의 그것과 유사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선호하고 추구하는 가치가 선호하는 인간관을 역시 형성하고 인생철학의 기반이 되어 그 사람의 삶의 방향성을 좌우한다.






회사의 평가시즌,

업무 실적을 지표로 하는 양적 평가와  업무 태도의 질적평가로 나뉘고 각각 세부적인 평가 항목이 정의되어 있다. 평가는 근기를 가지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성을 가져야 한다. 업무 평가와 사람 자체의 평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으나 평가자마다의 기준과 관점, 즉 선호하는 인간상과 인생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 또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에 따라 평가를 해왔는데, 평가 시즌이 누적되면서 생각해 보니 일관된 기준이 있었다. 그리고 업무적인 것을 넘어 인간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으로도 부합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성실한 사람에게 점수를 준다. 요즘 시대 성실함은 촌스럽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착하거나 바보 같거나 자기주장이 없거나 내향적이거나 등과 비슷한 어감들로 묶이곤 한다. 화려한 외관을 선호하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의 가치보다 손쉽게 얻으러 하거나 요행을 바라는 세태는 성실함의 가치를 폄하한다.


그러나 실상 성실함은 그 사람이 얼마나 애정이 있는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사랑한다고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것처럼 사랑에는 수고가 따른다. 성실하다는 것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업무든  어떤 상황이든지 무관심하지 않고 애정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진솔함과 숙고가 동반된다.


애정과 관심으로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은 이전 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단, 문제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성실의 열매는 아주 느리게 익는다. 그렇지만 익은 열매는 비바람을 맞고 살아남은 늦가을 과실처럼 무엇보다 알차고 달다. 우직하고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성실함이 양으로 쌓이면 질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성실함은 더딘 열매다. 그래서 요즘 인스턴트 시대에 성실하다 하면 FM이라고, 바보 같다고 보여지는 경우가 많다. 성실함이 폄하되는 시기에 성실함을 무기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은 처음에는 발로 일하고 이후 머리로 일하고 마지막으로는 이름으로 일한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나 성실함으로 자신이 쌓아 올린 평판이 그 사람의 이름이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실함의 애정과 책임감은 끝내 이기는 것을 종종 보았다.


물론 처음에는 잘 안 보인다. 정말 늦게 익어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버릴 수 있다. 따라서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인간관과 인생관은 깊은 관련이 있다. 나 역시 주관적으로는 못 미치나 객관적으로 보이길 성실한 편이기 때문에 동질감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성향을 좋게 판단하려는 무의식적 태도 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들어가면서 굳건해지는 것은 내가 지향하는 인간상에 대한 부끄러움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내가 선호하는 인간상을 정의하지 못하였고 나 자신이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발설하기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성실함을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성실함에 이르러서 그런 것이 아니라 성실함의 이면의 가치, 애정과 책임이라는 가치를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성실함과 진실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단, 시간이 걸릴 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어쩌면 조금은 바보라서 그럴 수도 있다. 눈치가 없고 요령을 모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는 묵묵히 가는 성실함에 있다고 본다. 성실함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고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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