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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좀 아는 언니 Nov 20. 2024

그림자 안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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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는가?  어떤 사람은 유난히 정이 가지 않는가? 근거도 없이 일어나는 거부감은 자기감정을 타인에게 덮어 씌우는 투사일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와 같은 자기중심적 사고, 스스로의 불안을 직면하지 않는 방어적 태도에서 기인하며,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 것이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이러한 부정적 투사와는 달리 긍정적 투사도 가능한데, 타인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긍정적인 투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자기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방어하고  불안, 미움, 거절 등의 감정을 회피하기 위한 부정적 투사가 문제이다.


불행히도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 인간은 스스로를 잘 모르고 무의식적 방어기제인 투사를 피할 수 없다. 자기의 생각, 감정을 타인에게 돌리면서 타인과 환경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따라서 스스로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타인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많다는 것은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00 눈에는 00만 보인다'는 말과 같이 부정적 투사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그렇게 본다. 자기가 갖지 못한 것, 원하지만 억눌러야 하는 것, 표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신포도' 작전을 쓰면서 오묘한 포도의 맛에서 자기를 소외시키게 된다.


투사는 무의식적 과정이다. 인간이 투사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영혼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보는 시선과 내가 타인을 보는 시선은 같은 메커니즘에 의한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을 위해 살지만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영혼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관점, 타인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서는 내가 바로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무의식으로 영혼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동물과 다른 인간의 속성이라는 오묘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기에 서로의 거울이 되고 상징과 언어를 만들어서 알 수 없는 무의식을 넘고 의식적으로 서로 소통하려 한건 아닐까?





칼 융의 분석심리학은 무의식에서 거부하였던 그림자를 의식화하여 나의 것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페르소나의 탈을 쓴 에고에 가려 본모습을 잃어버린, 본래 나의 일부였으나 타인에게 거부당하기도 하고 스스로 부인하기도 하여  무의식 깊은 곳에서 나오지 못한 것이 그림자다. 나를 나로 보지 못하게 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덮어씌우는 무의식적 그림자를 의식하고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종종 그림자는 사회적 가면인 페르소나와 대극에 있다. 그림자는 내가 추구하는 것, 내가 옳다고 받아들이는 것과 반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옳다고 받아들이는 것, 내가 추구하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사회적으로 가스라이팅 당한 것은 아닐까?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얌전했던 모범생이 50이 넘어 춤바람이 나는 등 진리는 극과 극 사이, 흑백논리를 벗어난 그 어디쯤에 있다. 그림자를 받아들이게 되면 유연해진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과거의 경험과 그것으로 인해 병리적으로 고착된 무의식을 파헤쳐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밝히는데, 과거를 돌아보면서 원인이 무엇인지 알수는 있게 되나 과거에 대한, 특히  부모에 대한 원망이 생기기도 하고 한발 더 앞으로 나가는데 어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융은 원인에 집중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체적 인간으로서 그림자까지 받아들여 온전한 영혼의 지도를 만들어나가는 여정, 자기를 실현하는 것을 응원한다.






내가 하는 말, 생각, 감정을 찬찬히 보고 그것이 무의식적 투사는 아닌지 돌아본다. 이유 없이 미운 사람에게서 나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받아들인다면 그것이 자기 수용과 진정한, 전체로서의 내가 되는 길이다. 칼 융이 그린 영혼의 지도와  '데미안'의 첫 구절처럼 말이다.  


'난 진정,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그것을 살아보려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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