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me Dec 02. 2022

아스라한 꿈, 섬이 되다

  만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다행히 내게 보내주신 꿈나무가 기적처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어느 날 바닷가 카페에서 수필 인연의 글귀가 적힌 손바닥 반만 한 메모지를 꺼내 보일 때그 메모지는 누렇게 변해있었습니다오래 전에 옮겨 적은 마음이 책갈피의 꽃잎처럼 보였습니다.   

  

 글씨도 시간의 무게만큼 납작해져 얇아졌고 잉크색이 바래있었지요그 순간 그 글자가 살아나기라도 한 듯이 흩어지면서 자음과 모음의 날개를 달고 눈 안으로 생긋이 날아들었습니다   

  

 낯익은 자음과 모음은 내게 섬 나무의 씨앗이 되었습니다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시 그 카페에 갔습니다분위기가 참 좋다고 친구가 말하더군요꿈나무를 전달 받던 그날은 전혀 들리지 않던 발라드 노래들이 국악기로 연주되고 있었습니다감미로운 발라드 노래의 가사가 가야금 줄을 건너오며 여승의 뒤태를 보이듯이 오묘한 운치를 더해 주었습니다.    

 

 삶이란 사라지는 순간들의 마디 같아요

휘고 꺾여도 다시 곧아지려는 희망이 키운 마디마디들 말이에요

그 순간의 간절함과 아픔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퇴적과, 풍화와 삶의 절리는 힘들고 아파도 그래서 거룩한 것인가 봐요언젠가 빌려본 책의 갈피에 끼워진 문장처럼 불가촉천민으로 이 땅을 떠돌아도 가을벌레처럼 흐느껴 울지 마라야 할 이유가 되니까요춥고 배고파도 자신의 숨결로 제 몸을 데워가며 살아내야 한다는 어느 님의 말처럼 각자 삶의 길이고 운명인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풀씨처럼 만나진 인연이 손 내밀면 잡아주며 살아가렵니다

곁에 선 사람이 넘어지면 일으켜주고밟히면 다시 일어서 그렇게 살아가면 될 테지요

사람의 힘으로는 아니 되고신의 힘으로도 어찌되지 않는 것이 우주의 인연법칙이라 합니다

그리하여 사람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은 순리랍니다고였다 흘러가고 닿았다가 멀어지는     


 모처럼 나를 돌아보며 챙길 수 있는 시간이 내게 밀려와 기쁩니다

신산한 시간을 보내며 비바람에 밀려 세월을 받아낸 탓인지 선물 같은 날이 잠시일망정 제게 와 머물러주네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니 아스라한 꿈인 듯싶습니다하루를 한 달처럼한 달을 일 년처럼 살아와 몇 년 만에 당도한 느낌입니다살아있다는 증명이지요시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나를 돌아온 인연이 꿈꾸는 나무에 흠뻑 물을 주고 있습니다내 안에 물빛 고운 바다를 들입니다진심을 말하지 않아 인연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서로 다른 삶의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부지한 사이이지만 그 자리에서 한 결로 흐뭇하길 바랍니다.     


 내 몸이 섬이 된 듯 바다 물결에 저를 맡깁니다

나를 언제나 기다리고 한 결로 철썩이는 바다에서 바라다 보이는 작은 섬

밤이 오면 그림자보다 어두워진 몸을 달빛에 내보이는 섬이 보이다 말다하였지요

그것은 섬과 바다의 거리 때문이 아니라비바람이 눈을 가리고 비가 쏟아질 때 였

던 것 같습니다비가 개이면 다시 나의 눈에 그 섬이 가까워 보일 테지요    

 

그대에게 남겨진 사랑이 거기 있고 

그대의 무구한 순정이 거기 와 닿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들 사이에 있는 섬그 거리는 멀어 건널 수 없지만 보려하는 마음의 눈엔 언제든 바라다 보일 겁니다

 내가 쉴 작은 섬 하나 바다와 같이 내 안에 들입니다    

 

 내가 얻은 섬에 선물로 안은 기적의 나무가 비바람에 뽑혀나가지 않도록 단단히 뿌리 내리도록 하렵니다새로 시작된 긴 여행 길나의 동무로 남은 여생을 함께 해야 하니까요.     


  섬에 동백꽃도 무수히 피고지면, 하얀 민들레 꽃씨도 날아와 줄 것입니다. 노란 민들레 꽃씨도 곧 따라 오겠지요바다 새가 날아들어 잠드는 작은 꽃 섬이 될 거 같습니다생각만 해도 기뻐서 눈앞이 흐려집니다

 적당히 바람 불고 햇살 좋은 날 사랑스런 그대여

그 섬으로 놀러오세요


같이 꽃 섬을 바라보며 웃어 보아요

그대 손을 잡고 나란한 눈으로 섬을 바라보고 싶습니다그런 날을 무심히 기다려봅니다시간이 오래 걸려도 물론 상관없습니다잊히지 않을 추억으로 기다리고 기다립니다바다의 작은 섬처럼 채움도 비움도 없이 하염없이 서로 잠기길 원해봅니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슴새 날아들 때그대 꼭 소풍 오시게요

이전 24화 신촌 언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