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지 Aug 04. 2023

혐오범죄

왜 혐오는 내가 아닌 남을 향하는가?

이번 서현역 칼부림 사건에서 피의자가 '피해망상'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필자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요소 하나가 상기되면서 이가 범인을 저지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형상을 조금씩 알 수 있게 되었다.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는 자신을 해칠 것만 같은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있고, 분열성 성격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분열적 성격장애는 조현병의 일종으로 이런 정신적 망상과 병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의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런 정신병적 문제보다는 심리적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피해망상을 주장한 피의자의 주장은 이렇다. '관심을 끌어서 나를 괴롭히는 스토킹 조직 세상에 알리고 싶어'라고 주장하고 남들이 자신을 해하려고 하고 있고, 나를 청부살인하려고 하는 조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세상에 대한 ‘혐오'가 투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자면, 가게에서 내가 물건을 훔쳤을 때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고 내가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알 것만 같은 피해망상이 들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훔친 것을 다 알고 있다고 하면서 불안해지는 마음, 이런 마음이 바로 심리적 '투사'이다. 일종의 방어기제인데 내가 훔친 것을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모를 수밖에 없고 팩트지만, 내가 거짓말을 하고 물건을 훔침으로써 나의 양심에 대한 가책이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휩싸여서 불안한 마음을, 남들이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느끼고 있다'라고 나의 생각을 남한테 던져서 투사하는 기법이다.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도 결국 자신이 남을 해치고 죽이려고 하는 혐오감과 충동감을 방어기제 삼아서 다른 사람이 나를 헤치고 있다고 나의 심리적 문제를 남에게 전가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는 점에서, 피해망상과 심리적 투사라는 방어기제가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정신병적 문제가 칼부림의 원인을 제공했을 확률이 크지만, 모든 원인이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분열성 성격장애는 혼자 있는 것을 편해하고 즐기기 때문에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것이 대부분인데, 다른 사람을 혐오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해치고 싶은 마음이 심리적으로 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었던 것이고, 자신이 해를 끼친 것을 남이 자신을 해하려고 하고 있다고 반대로 생각하는 것은 전형적인 심리적 투영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피의자는 자신의 그런 혐오와 피해를 주는 망상을 다른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덮어 씌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신을 해하려고 하는 조직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해하려고 하는 조직이 있다는 것은 본인의 망상일 뿐이며 자신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과 충동성을 내려놓을 때 안정화 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뉴미디어의 발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