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물은 조용했다.
그러나 잠잠함 속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온 질서가 숨 쉬고 있었다.
외지인 한 남자가 마을에 들어왔다.
갈라지고 말라버린 피부, 쩍쩍 갈라진 손과 발.
그는 자신이 어디에 들어왔는지 몰랐고,
물 한 모금조차 마음대로 마실 수 없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았다.
두려움과 경계, 그리고 암묵적인 합의 속에서.
누군가는 우물 곁에서, 또 누군가는 갈대숲 뒤에서
조용히 그의 운명을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물가에서 사라졌다.
맑은 물 속을 유연하게 가르는 생명체,
점박이 무늬를 가진 그것이 나타났다.
“월남수달.”
사람들이 소문으로만 듣던 이름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무당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눈빛 하나로 경고하고, 손길 하나로 안심시키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자유롭게 건넜다.
이 마을의 물, 이 마을의 질서,
그리고 그 시선 속에서, 당신은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