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아이 하나가 나비를 따라가다가 선을 넘었다.
개천과 바다가 맞닿는 경계까지 가 버렸다.
그곳의 물은 맑았다.
햇빛이 비치면 은빛으로 번들거렸고, 바람이 스치면 얇은 유리처럼 일렁였다.
그러나 바닥이 보일 듯 보이지 않았다.
투명했지만, 어딘가 탁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무언가가 그 아래를 드나든 자리처럼.
아이의 발이 물 가장자리를 건드렸다.
차가웠다. 생각보다 차가웠다.
한 발 더 내딛었다.
모래가 단단한 듯 싶더니, 갑자기 스르르 꺼졌다.
아이는 발을 헛디뎠다.
첨벙.
얕아 보이던 물이 갑자기 깊어졌다.
물은 아이의 발목을 감싸고, 무릎을 넘고, 허리까지 끌어당겼다.
어느 새 물은 가슴팍까지 차올랐다.
살결에 닿는 감촉이 이상했다. 단순히 젖는 느낌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안쪽으로, 안쪽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손을 뻗었다.
모래 위를 미끄러지며, 서로를 밀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손끝은 허공만 긁었다.
물은 생각보다 멀었고, 아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미끄러졌다.
물이 아이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였다.
둔덕 위에 서 있던 무당은 움직이지 않았다.
치맛자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경고는 눈빛으로만 머물렀다.
아이는 떠내려가던 나뭇조각을 붙잡았다.
작은 손이 젖은 나무를 움켜쥐었다.
손톱이 하얗게 질렸다.
잠시, 아주 잠시 숨을 고를 틈이 있었다.
기침 소리가 물 위로 튀어 올랐다.
그 순간이었다.
물결 아래에서 무언가가 꿈틀댔다.
잔물결이 아니라, 목적을 가진 움직임이었다.
허여멀건 갈색 몸통.
점박이 무늬.
물속에서 유연하게 꺾이는 긴 형체.
갈대 그림자 사이를 미끄러지듯 스쳤다.
눈이 먼저 드러났다.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아니었다.
배고픔도, 분노도 아니었다.
오래된 집착 같은 것이 고여 있었다.
여기까지 흘러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기다림이 응고된 눈.
물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것이 아이의 어깨를 물었다.
비명은 짧았다.
나뭇조각이 한 번 돌았다.
작은 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손끝이 햇빛을 긁듯 떨렸다.
그리고 놓였다.
물이 방향을 바꾸었다.
흐름이 아래로, 바다 쪽으로 기울었다.
사람들의 고함이 뒤늦게 겹쳐졌다.
아이의 어머니가 울부짖으며 무당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손이 미끄러져 흙을 쥐었다.
“살려 달라”는 말이 형태를 잃은 채 터져 나왔다.
무당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물가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기다리던 장면을 확인하듯.
예정된 순서가 어긋나지 않았다는 듯.
그것은 아이를 문 채 갈대숲 사이로 스며들었다.
튀는 물보라도 없었다.
물은 다시 얌전해졌다.
햇빛이 그대로 비쳤다.
방금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 위에는 잔물결만 남았다.
숨도, 발자국도, 울음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 이름.
월남수달.
그리고 다시 비워진 물가의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