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메마른 이방인

by Everett Glenn Shin

그는 쓰러지듯 토굴 속 고구마 창고로 기어들어갔다.
문짝은 제대로 닫히지 않은 채 삐걱거리며 흔들리고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마른 나무가 서로를 긁는 소리가 났다.

굶주림에 떠밀려 산속을 헤매던 그는, 쓰러지듯 한 마을의 토굴에 있는 고구마 창고로 기어들어갔다. 문짝은 제대로 닫히지 않은 채 삐걱거리며 흔들리고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마른 나무가 서로를 긁는 소리가 났다. 창고 안은 이상하리만치 건조했다.

그 안에선 흙냄새 대신 먼지 냄새가 났다. 갓 캐낸 작물 특유의 축축한 흙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햇빛과 바람에 말려진 것들만이 차곡차곡 쌓여 더욱 바짝 말라가고 있는 듯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목 안쪽이 바삭하게 갈라졌다. 기침을 하고 싶었지만, 기침조차 수분을 더 빼앗아갈 것 같아 그는 입을 다물고 속ㅇ로 삼켰다. 혀가 입천장에 달라붙었다가 떨어질 때, 미세한 통증이 번졌다.

그의 피부는 이미 고구마처럼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햇빛에 그을린 색이 아니라, 말라붙은 색이었다. 수분을 잃은 살은 쪼그라들어 뼈에 달라붙었고, 팔뚝을 감싸던 근육은 껍질처럼 얇아져 있었다. 손등은 군데군데 터져 얇은 껍질이 들떠 있었다. 터진 틈 사이로 하얗게 각질이 일어났고, 손가락을 굽히면 마른 소리가 났다. 아주 작은 마찰음이었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또렷하게 들렸다. 마치 자신의 몸이 서서히 식물로 굳어가고 있다는 증거처럼.

그는 고구마 하나를 집어 들었다. 거칠고 갈라진 껍질. 표면에 엷게 낀 흙가루가 손바닥에 묻어났다. 묵직한 감촉이 느껴졌지만, 그것은 생명의 무게라기보다 저장된 시간의 무게 같았다. 그는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색도, 질감도 닮아 있었다. 주름진 표면, 갈라진 틈, 수분을 잃은 단단함.

손톱 밑에 낀 먼지를 긁어내려다 말고, 그는 멈췄다. 긁어낸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이 창고 안의 모든 것은 이미 말라 있었다. 고구마도, 공기도, 그리고 자신도.

창고 바닥에 웅크린 채 그는 오래도록 손과 고구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디선가 시작되었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옮겨지고 쌓이고 말라가는 존재. 배고픔은 점점 통증을 넘어 감각을 지워갔다. 배 속은 텅 빈 항아리처럼 울렸지만, 그 소리조차 점점 희미해졌다. 대신 남은 것은 건조한 숨결과, 껍질뿐인 몸의 감촉이었다.

그는 고구마를 코에 가까이 가져가 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의 코가 이미 냄새를 맡는 법을 잊어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잠시 눈을 감자, 자신이 흙 속에 묻혀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수분을 잃어가는 모습.

그는 천천히 등을 벽에 기대었다. 벽 또한 따뜻함이 없는 흙이었다. 모든 것이 건조하게 식어 있었다. 이곳에서는 썩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썩기 전에 먼저 말라버릴 테니까.

그의 손에서 고구마가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가 창고 안에 작게 울렸다. 그는 그 소리를 한참 동안 듣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뛰는 소리처럼.

마을에는 우물이 하나뿐이었다.

우물은 열려 있었다. 그러나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 외곽에는 강이라 하기엔 좁고, 개천이라 하기엔 넓은 물길이 흘렀다. 그 물을 따라 한 시간쯤 걸으면 바다가 나왔다.

그러나 사람들은 물가에 가지 않았다.

물에 들어가면 월남수달이 잡아간다는 말이 있었다.

물가에는 늘 사람 그림자가 없었다. 대신, 낮에도 축축한 냄새가 감돌았다. 누군가 오래전에 젖은 채 사라진 자리처럼.

마을 입구 삼거리에는 수십 년 전 버려진 군 경계초소가 있었다. 콘크리트 벽은 금이 가 있었고, 녹슨 철문은 바람이 불 때마다 낮게 울었다.

지금 그곳은 무당의 신당이자 거처였다.

초소는 물과 가까웠다.
그리고 언제 세웠는지 모를 표지판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주의, 월남수달 출몰지역’

표지판은 빛이 바래 있었으나 글씨는 알아볼 수 있었다.

무당은 그 물로 막걸리를 담갔다.
그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다른 물로는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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