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짐승의 새끼가 나타난 일은 조용히 유야무야되었다.
마치 누군가, 또는 모두가 입막음을 하기라도 한 듯,
그러나 그날 저녁 일어날 일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 땅거미가 거의 내려앉을 무렵 삼거리 물가에서 무언가 검은 형체가 올라와 마을로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마치 불에 탄 듯 검었으나 군데군데 살갗이 벗겨져 상처가 벌어져 있었다.
그리고 두발로 걷고 있었다.
그 형체는 우물가로 다가왔고,
우물가에 이르자,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를 향했다.
정적.
그리고 비명.
“괴물이다!”
그 형체는 기괴하고 낯설었지만, 또 어디선가 본 듯 익숙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지만,
그 형체를 가장 오래 바라본 것은
어느 새 나타난 무당이었다.
잠깐의 침묵,
무당의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거의 없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잡아야 한다.”
짧은 말이었다.
마을 남자 몇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누군가 장대를 들었고,
누군가는 삽을 쥐었다.
그 형체는 우물가에 기대어 헐떡이고 있었다.
살갗이 벗겨진 어깨가 들썩였다.
눈이 천천히 사람들을 훑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당에게 멈췄다.
“아직..”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을 청년 몇몇이 달려들어 그를 끌고 가서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는 팔 다리를 모두 장대로 고정한 뒤 다시 바다 쪽으로 끌고 갔다.
무당은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며 뒤를 따랐다.
불길이 타올랐던 그 물가에 다다르자 무당이 입을 열었다.
“똑바로 묶어라.”
마을 남자 몇몇이 그를 움직이지 힘들 만큼 꼼꼼히 포박하여 나룻배에 그를 실었다.
무당은 작두를 들고 그 뒤를 따라 배에 올랐다.
배는 천천히 물살을 가르며 깊은 곳으로 나아갔다.
노를 젓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물은 이상할 만큼 잔잔했다.
묶여 있는 사내의 숨소리만 거칠게 들렸다.
밧줄에 눌린 살갗에서 검은 물이 조금씩 배어 나왔다.
사내의 고개가 힘없이 흔들렸다.
그러다 겨우 무당을 향해 들렸다.
그때였다.
갈대밭 어딘가에서
짧고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당은 인상을 찌푸리며 작두를 그 사내의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꿇려라.”
그러자 청년들이 사내를 들어 머리를 작두 위에 올렸다.
배가 제일 깊은 곳에 위치했을 때 무당의 손이 잠시 들렸다가 내렸다.
그리고 첨벙 소리가 두 번 들렸다. 첫 번째 소리가 뒤의 것보다 조금 컸지만,
어둠이 그 모습을 가리워주듯 깊게 내려앉고 있었다.
배는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무당이 말했다.
“돌아가자.”
노가 다시 물을 갈랐다.
배는 천천히 물가로 향했다.
갈대는 바람도 없는데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물가에 닿자 남자들이 먼저 내렸다.
누군가는 밧줄을 정리했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손에 묻은 물을 털어냈다.
무당은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려
어둠이 깔린 물 위를 잠시 바라보았다.
물은 다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했다.
그때 갈대 사이에서
작은 물결이 한 번 일었다.
점무늬가 흐릿한
월남수달의 새끼가
잠깐 고개를 내밀었다가
이내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무당은 변함없이 개천의 물을 길어
막걸리를 빚었다.
다만 물을 길은 뒤 그의 시선이 물가에 아주 조금 더 머물렀다.
갈대 사이에서
작은 물결이 한 번 일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그 막걸리를 마셨다.
그리고 그날 이후
마을에서는
그 도둑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물은
여전히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