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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 자두 Jun 20. 2023

ADHD 판정을 받은 직장인의 생활은 어떨까?

직장 생활 문제 없이 잘 하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unsplash



ADHD 판정을 받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2년 전 봄이었습니다. 유난히 따뜻했던 봄이었던 해, 저에게는 따스한 봄바람이 불지 않고 차디찬 시베리아 한복판의 겨울 같았습니다. 나에게  왜 이런 병이 생긴 걸까부터 시작해서 지금도 암담한 직장 생활을 앞으로는 어떻게 해쳐나아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하필 그날은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던 날이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 때문에 생긴 안개가 아닌 눈물 범벅이 되어 어린아이처럼 우는 제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우면서도 미웠습니다.


사실 ADHD 판정을 받기 한 달 전, 저는 정신과에서 우울증, 수면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라 주치의 선생님 앞에 멍하니 있었죠. 저처럼 여러 가지 정신질환이 있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많다는 심심한 위로를 해주셨지만 제 귀에는 “내가 왜?”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날도 역시 날은 흐렸고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좌절감에 사람이 없는 길을 걸으며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받은 성인 ADHD라는 진단명이 하나 더 추가되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매일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약을 하루라도 복용하지 않고 취침을 하면 다음 날의 제 생활은 엉망이 됩니다. 멍한 상태와 더불어 일의 순서조차도 정하지 못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피곤함에 찌들어 있는 듯한 상태의 직장인이 됩니다. 그만큼 약이 주는 효과는 대단했고 한 편으로는 무서웠습니다. 언젠가는 복용을 중단할 텐데 그땐 어떻게 살아갈지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약이 독하다는 말은 이미 과거부터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였지만 제가 경험한 정신과 약의 영향력은 그 이상으로 강했습니다. 저의 일상의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다고 어느 날 갑자기 정신과 약을 중단할 수는 없습니다. 의사와 상의하여 조금씩 복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약을 함부로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저는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는지 궁금하신가요? 다행히 저는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으며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저는 11시에 잠이 들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납니다. 어느 날은 10시에 잠이 들어 4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있죠. 


약 복용 이후 수면의 질이 높아지면서 의도치 않게  미라클 모닝은 제 삶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고요한 새벽에 책상 앞에 앉아 하루 동안 할 일을 작은 양장 노트에 정리하고 책을 읽거나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새벽에 하는 공부는 낮에 하는 공부보다 더 집중이 잘됩니다. 또한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생각들을 정리하기에도 좋은 시간입니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인 회사 생활은 정상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일을 처리하는 순서도 복용하기 전보다 나아졌으며, 집중력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하게 되자 일을 잘하지 못해 늘 밑바닥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던 자존감도 조금씩 높아졌습니다. 


약이 가져다준 선물이 있다면 반대로 약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바로 친구들과 술 한 잔을 못한다는 것이죠. 약을 매일 복용하기 때문에 술을 마신다면 그날은 약을 먹지 못하고 잠이 들게 되고 다음날은 거의 좀비처럼 회사에 출근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사실 약 복용 전 저는 술을 사랑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을 정도니까요. 술과 멀어졌다고 해서 제 인생에 지장이 가는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득이 되면 되었지 실은 없습니다.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살기 위해 오늘도 저는 자기 전 약을 복용할 것이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 일어날 것입니다.  성인 ADHD 환자는 생각보다 우리 주의에 많습니다. 아직까지 본인이 ADHD인 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증상이 의심되어 정신과에 찾아갔는데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우울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올바른 생활패턴을 지켜나간다면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본인이 ADHD가 의심이 된다면 인터넷에서 간편 검사나 증세 등을 찾아보고 본인의 상황과 일치한다면 정신의학과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성인 ADHD에 관한 흥미로운 책 두 권을 소개하고 마무리 짓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사서 읽었던 책이며 즐겁게 읽은 책들입니다. 성인 ADHD 판정을 받고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한 작가의 책을 소개합니다.



젊은 ADHD의 슬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4327394&start=slayer


오색 찬란 실패담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0981066




* 개인 블로그에도 올린 글 입니다

https://blog.naver.com/recordbox777/22309425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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