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학교 5기 입학 전_1차 에세이
*꾸준히 연재하고자 브런치 북으로 재발행합니다.
#1차 에세이 쓴 배경
1차 에세이를 쓰던 시기. 제가 무척 힘들었던 때로 기억합니다. 더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더 나아갈 수 있는지,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정하기 어려웠고 그것이 저를 계속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잘 하고 있다는데 저 스스로는 갈망과 공허가 계속됐습니다. 아직 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정리하지 않으면 공허의 굴레에 빠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더 해야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사건 발생하고 응급처치하는 것들 중요하지만 애초에 모든 문제에는 예방과 준비가 근본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일상은 이미 벌어진 현상해결에만 급급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제 일상의 한계를 마주하면서부터는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힘에 부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졌고 일을 지속할 힘, 일을 확장시킬 힘까지도 부족하게 됐습니다.
그때쯤 최진석 교수님이 하시는 기본학교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습니다. '인지'라고 하는 이유는, 기존에 제가 마음이 편안할 때는 회사 선배님으로부터 기본학교 존재를 듣고 한 귀로 흘렸다가 제가 필요해지던 때 제 눈에 기본학교가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에세이 질문에 답하는 동안 최근 제가 겪어온 경험들이 스쳐지나갔고 자아성찰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3,4번 정도를 전부 다 지웠다가 다시 쓰고를 반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디 바꾼 표현들이 더 저를 잘 드러내주기를 바라면서요. 그렇게 마감일 마감시간 1시간 전엔가 제출했습니다.
그 당시 제출한 에세이입니다.
"왜 기본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가?"
‘세상에 나온 나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고민하는 밤이 길었습니다. 시작돼버린 삶 안에서 나는 어떤 소명을 다하는 사람일까 알고 싶었습니다. 고민하는 동안 어떤 날에는 설레어 잠 못 이루며 미래를 꿈꾸기도, 또 어떤 날에는 너무나 외로워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엔 함께 걸어갈 벗들이 많았는데 또 어떤 날엔 온 지구를 혼자 떠안은 듯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고독함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동행자를 만들거나 목격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와 같이 가주는 이들과 저를 인정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다시 정신없이 앞으로 뛰어갈 수 있었습니다. 뛸 때는 온 힘을 다해 후회 없이 달렸고 제 동행자와 목격자는 그런 제 옆에서 박수치고 응원해줬습니다. 하지만 자꾸 답답했습니다.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데도 성에 안 차고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또 고민하는 밤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혼자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저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감정은 고독이나 외로움이 아니라 ‘불안’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세상은 저와 함께 가고 있지 않았으며 저를 응원하는 이들은 저를 근본적으로 지탱하는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고독했던 것입니다. 대신, 저를 온전히 떠받들고 있는 것은 제 안에 있었습니다. 저는 저로서 저를 지지할 수 있었음에도 외롭지 않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제가 내린 뿌리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흔들리며 다른 지지대를 찾았습니다. 이는 전부 불안 때문이었습니다.
불안의 대상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미 불안하다는 착각은 제 정신을 지배해갔습니다. 불안의 노예가 된 것이 억울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도 부족함과 불안함을 느껴야만 하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불안을 조장하는 사람들이 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격자가 되면서부터는 불안의 해방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열고 싶습니다. 제 안의 힘을 믿고 싶고 그래야 더 나은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기본학교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는 것이, 제 다짐을 실천할 수 있는 ‘기본’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기본학교 공고문에 적힌 첫문장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입니다”는 제가 긴긴밤을 보내며 고민한 끝에 얻은 결론과 같았습니다. 돌고 돌아 기본으로 왔습니다.
최근에 작은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얼마 못 살 것처럼 보이던 시들한 모종이 세찬 장마가 지나고 가서 보니 아주 풍성하게 자랐습니다. 제 줄기만큼이나 깊이 내린 뿌리 덕분이었습니다. 세찬 바람에도 줄기가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고 탁월함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저를 지탱하는 것은 잠깐 옆에 세운 지지대가 아니라 그 토양 아래 혼자 버텨내는 뿌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뿌리의 힘이 저를 도약성장하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앞을 향해 열심히 뛰어왔습니다. 숨이 차오르고 위태로웠지만, 그것만이 최선이고 세상을 위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이를 발돋움 삼고 싶습니다. 앞으로만 뛰지 않고 위로도 뛰고 싶습니다. 저를 지탱하는 저를 믿고 불안의 해방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기본학교에서 말하는 ‘도약’이라고 믿습니다.
부단히 건너갈 수 있도록 공부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자리에서 기본을 전하겠습니다. 기본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공부하고 싶습니다.
조금 황당하지만, 2주간 기본학교를 다니면서 1차 에세이 쓸 당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은 다 사라졌습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야겠습니다.
전혀 불안하지 않고 되려 바뀌는 제가 기대됩니다. 이제 제게 지지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사유하는 우리가 되는 세상이 옳은 세상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뿌리를 내리면서 제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자유롭게 살 생각입니다.
'왜 기본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가', ‘왜 기본을 공부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은,
기본학교에 입학해 기본을 공부하며 변화한 제 자신을 보니 알겠습니다. 저는 기본 공부를 통해 새말과 새몸짓을 실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