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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리 Jul 26. 2023

[청소년 추천 게임5] 페르소나3

#진로교육 #성장게임 #일본문화체험

● 들어가며

  나는 어려서부터 유치한 것을 잘 견디지 못했다. 만화나 게임을 고를 때 첫 번째 기준이, 유아용이나 전체관람가 분위기면 안되고 뭔가 어둡고 심오한 느낌이 나야 했다. 아마도 청소년시기에는 내가 뭔가 대단해 보이고 싶은 허세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유치하다는 느낌은 주관적이라 어떤 기준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이런 나에게, 객관적으로 보면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빠져들게 만드는 게임이 바로 '페르소나' 시리즈이다. 만약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다면 보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게임으로 접했기 오히려 빠져들 수 있었다. 게임의 스토리를 선택하고 성장하는 캐릭터는 그저 등장인물이 아닌 바로 '나' 이기에. 마치 첫 사랑 하고 비슷하달까.

  제 3자가 보기엔, 그리고 나중에 스스로 생각해 보면 유치 찬란하게 느낄 수 있지만 상황 속에 푹 빠져 있는 지금의 나에게는 유치한 것은 없을 것이다.
 

● 게임 소개

이름 : 페르소나3 포터블 (PERSONA 3 PORTABLE) / 15세 이용가
장르 : JRPG
설명 : 

"월광관 고등학교로 전학 온 주인공은
학생 기숙사를 방문한 밤에 기묘한 일을 겪는다.
가로등이 꺼진 거리, 멈춰 선 기계, 길 위에 늘어선 수많은 관.
그리고 미지의 소년과 맺게 된 의문의 계약.
하루와 하루 사이에 숨겨진 「쉐도 타임」과 그곳에 나타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쉐도」.
이윽고 주인공은 자신에게 부여된 어떤 운명과 마주하게 되는데..." 
- 게임 공식 소개

  일본의 ATLUS에서 제작한 유명 JRPG 「페르소나」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다. 2010년에 PSP(휴대용 게임기)로 발매된 게임이다. 2023년 1월 19일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는 리마스터 작품이 발매했다. 19,800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이지만 초회 엔딩까지 최소 50시간 이상 분량의 콘텐츠가 있다.
  이 게임의 제목인 '페르소나'는 가면을 뜻하며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성격>을 의미한다. 가면을 모티브로 하여 주인공과 동료들이 자기 안에 숨겨진 페르소나의 힘으로 악의 무리와 싸우는 게임이다

생활파트


전투파트


게임 플레이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눠진다.
주인공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다른 캐릭터와의 인연을 쌓아가는 '생활' 파트가 있고, 전투를 통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며 스토리를 진행하는 '전투' 파트가 있다. 두 파트 다 나름의 재미가 있다. 전투만 강조됐으면 금방 질릴 것 같고, 생활이 중심이었으면 밋밋했을 것 같다.
 
메타크리틱 평점 :            


  전문가들의 평가인 메타스코어가 80점이 넘는다. 잘 만든 게임이라 할 수 이다. 유저 평점이 낮은 이유는 큰 업그레이드가 없이 리마스터되어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매력요소 + 교육적인 요소


1. 게임으로 연출할 수 있는 최고의 진로교육 콘텐츠!
 
  이 게임에서 예상외로 좋았던 것은 20명 이상의 등장인물과 만나면서 나누는 교감이다. 다양한 상황의 입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인물들과 교류하면 할수록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모두가 자신의 고민과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하고 방황하기도 하지만 주인공의 상담으로(주로 듣는다) 나름대로 헤쳐 나가는 모습이 나온다. 결과만 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헤피엔딩 클리셰로 여길 수 있지만, 이들의 변화와 성장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으면 그렇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시한부 청년이 해석한 삶에 대한 의미는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간단하게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 공부를 싫어하고 유흥만 좋아하는 듯 하지만 진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
- 왕따를 당해 자존감이 바닥이었지만 점점 자신의 장점을 찾아나가는 친구
- 대기업 후계자로 금수저이지만 부족한 점 또한 매우 많은 선배
- 공부를 잘해 부모님은 의대를 진학하기 바라지만, 자신은 사진을 전공하고 싶어 갈등하는 선배
- 이혼 위기의 부모님 때문에 괴로워하는 초등학생
- 운동선수를 하고 싶지만 홀어머니와 동생들을 돌보는 가정 역할까지 해야 하는 친구
- 시한부 암선고를 받고 괴로워하고 있는 청년
- 자신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는 AI로봇
등, 20여 명이 넘는 등장인물들과 교류하게 된다.
 
  이 게임을 교육적인 게임으로 소개하고 싶은 가장 강력한 이유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상황에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등 진로를 설계할 때 꼭 짚어봐야 하는 중요한 물음들이 등장한다. 정말 좋은 내용이지만 만약 대화 대본을 쭉 인쇄해서 책으로 읽는다면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라고 느낄 것 같다. 하지만 게임 안에서, 서서히 관계를 쌓아가면서 대화하는 연출이기에 내용을 울림 있게 받아들이게 된다.
 
2. 성장의 기쁨, 성취의 경험을 간접적이지만 묵직하게 느낄 수 있다.
  RPG 게임답게 성장 요소가 있다. 생활파트에서 쓰이는 지식, 용기, 매력 세 가지 수치가 있어, 수업시간에 퀴즈를 맞히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올릴 수 있다. 이 수치는 주로 등장인물들과 관계를 맺을 때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금수저 선배의 경우 지식이 최고치가 되기 전에는 나(주인공)와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전투파트에서는 레벨 수치가 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레벨이 높아야 캐릭터가 더 강력해지고 다양한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게임의 장점은 생활파트, 전투파트 모두에서 성장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혜택들의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는 것이다. 수치와 레벨을 올리기 위해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성장할 수 있다. 단순한 메커니즘이지만 이게 너무 어려우면 게임이 하기 싫어지고, 너무 쉬우면 시시해지기 마련인데 적절하다고 느껴진다. (잘 만든 게임과 그렇지 못한 게임은 이런 밸런스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투의 경우는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갈 수도 있지만, Hard 난이도부터는 전투가 어려워진다. '회복탄력성'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 것 같고, 어려워도 새로운 전략을 찾아 재도전하면서 깨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플레이타임이 긴 게임의 단점은 엔딩을 보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만 반대로 장점은 엔딩을 봤을 때의 성취감이 크다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 정도 분량의 콘텐츠를 끈기 있게 소화할 수 있는 청소년이라면, 2~3개월 정도의 중단기 목표를 세우고 수행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게 부족한 사람이라면 이 게임을 2~3개월 노력을 통해 해내는 '성취의 경험'을 해보길 추천한다.
 
3. 일본의 사회문화를 느낄 수 있다.
  최근 OTT 시장이 엄청 커진 이후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가 제작 국가를 알리는 중요한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게임도 마찬가지로 주요 문화콘텐츠이다. 게임의 특성상 판타지나 SF의 배경이 많아 특별히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게임의 스토리와 배경 설정에 따라 특정 시대, 국가, 장소가 배경인 경우도 종종 있다.
  이 게임에서는 특히 생활파트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사회문화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 꽤 있다. '신사'가 중요하게 등장하고 동아리 활동이 필수적이다. 수학여행도 가고 지역축제도 참석한다. 게다가 수업 중간에 일본에 관련된 퀴즈가 나오고 심지어 시험을 4번이나 보게 된다. 굳이 퀴즈와 시험 문제를 일본에 관련된 내용으로 했어야 했냐는 비판도 물론 할 수 있지만, 주인공이 일본의 고등학생으로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기에 크게 무리스럽게 느껴지진 않는다. 일본 문화를 잘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일 것이고, 일본 문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문화인류학 책 중에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책이 있다. 제목처럼 나(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낯선 것과 접속해 보는 경험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 염려 지점

- 현실 인간관계는 이렇게 쉽지 않다.
  여러 번 만나서 이야기 잘 들어준다고 다 친해지는 인간관계는 없다. 게임은 게임일 뿐 오해하지 말자. 나의 시간과 마음을 기꺼이 내야 하는 것은 현실과 게임 둘 다 마찬가지지만, 현실에서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다 알겠지만 혹시나 해서...
 
- 천천히 오래 즐기는 게임
  시리즈를 처음 접한 경우, 처음 2~3시간 정도는 '이게 무슨 재미지?' 할 수도 있다. 앞의 매력요소에서 적었듯이 성장과 성취의 재미가 큰 게임이다. 아주 간단한 캐주얼 게임이 아니고서야 모든 게임에는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게임은 엔딩까지 최소 50시간은 걸린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분량이 아니기에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오래 즐겨야 한다. 확 불타올랐다가 확 꺼지는 양은냄비 같은 스타일이신 분들이 걱정된다. 확실한 것은 이 게임은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재밌다. 
 
- 반복의 요소
  게임상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긴 하지만, 하루하루를 보내 거의  1년을 꽉 채워야 하는 게임이다. 다양한 스토리 전개가 있지만 일상의 패턴과 전투의 패턴이 반복되는 것은 사실이다. 반복을 극도로 싫어하는 분께는 추천하기 어렵다.
 

● 총평 : 얼마나 교육적인 게임일까?


재미 ★★★★☆

+ 학교 생활이 이렇게 재밌다고? 턴제 전투가 이렇게 재밌다고?
- 반복을 매우 싫어하면 재미없을 수도
 
교육적 ★★★★★
+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만드는 게임
- 자유로운 연애가 무조건 괜찮다는 것은 아니야...
 
접근성 ★★★★★
+ 이 가격(19,800원)이니 꼭 해보자.. 호오옥시 재미없어도 봐줄 수 있는 가격 아닐까? 
- 글자가 많이 나온다

이런 분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 진로를 고민하는 모든 청소년들 
: (게임에서 만큼은) 인기쟁이 만능 주인공이 되고 싶은 어른들 



● 마치며

  페르소나 시리즈는 3,4,5편을 다 너무 재밌게 했다. (너무 오래된 1,2탄을 제외) 대중적인 인기 덕분에 시리즈가 25주년이나 됐다고 한다. 3,4,5편 중 3탄을 특별히 추천한 이유는, 4편은 연애의 비중이 커서, 5편은 19금(폭력성, 사행성)이라서다. 청소년들에게는 3편을 추천하지만 성인들께는 4, 5편 모두 추천하고 싶다. 게임 시스템은 3~5편이 다 비슷하지만 캐릭터와 스토리가 너무 좋아 다 재밌다.
 
참고로 페르소나 게임 제작사인 ATLUS 일부 게임에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무늬들이 등장해서 논란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출시한 버전들은 수정되어서 그런지 게임을 하면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진 못했다. 관심 있는 분은 좀 더 찾아보시고 판단해 보시길 바란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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