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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리 Jul 26. 2023

[청소년 추천 게임4]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스토리텔링 #공감능력 #미래상상

● 들어가며

  90~00년대 청소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게임 구경'을 해봤을 것이다. 오락실이든 피시방이든 다른 사람이 게임하고 있는 근처에서 게임을 하는 화면을 구경하는 것 말이다. 주로 게임 구경을 했던 이유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세계 최고 프로게이머의 개인 화면도 개인방송을 통해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구경을 해도 재밌다. 실제로, 게임을 하는 사람보다 게임을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 이전에 소개했던 게임들은 집중해서 조작해야 하는 게임들이었다면, 이번에는 조작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고 드라마 보듯이 할 수 있는 교육적인 게임을 소개해 본다.
 

● 게임 소개

이름 :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Detroit: become human) / 청소년 이용불가(18세)
장르 : 인터렉티브 무비, 어드벤처
설명 : 

  "자유로워지기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할 수 있습니까?"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가 보편화된 2038년의 디트로이트(미국의 도시)가 배경이며, 위 그림의 세 명의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이다. 쉬운 난이도로 하면 스토리 전개를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SF드라마 보는 정도로,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유저의 선택이 스토리 전개에 큰 영향을 준다. 제작사에 따르면, 1000개 이상의 조합으로 엔딩이 다양하다.(출처)
 
영화 보듯이 감상하는 동시에 주인공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를 움직이고 대화를 선택하며 진행한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라 교육적인 게임으로 소개해도 되는지 고민했었다. 보호자와 함께 한다는 전제로 소개한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 확인.
물론 우려지점이 있기는 하나, 미래사회와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보호자의 지도하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메타크리틱 평가 :            


  전문가과 유저 평가는 대략 80점 정로도 준수한 편이다.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 게임의 특성상, 보다 더 직적 접이고 적극적인 개입을 하고 싶은 플레이어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쯤은 꼭 해볼 만한 그런 즐거움과 교육적인 가치가 있다. 2023년 1월 19일, 누적 판매량 800만 장을 돌파했다고 한다. 


● 매력요소 + 교육적인 요소


1. 창작자의 간접 경험 (책이나 영상과는 다른 게임만의 매력)
  인간이 만든 AI가 자아를 갖게 되면서 발생하는 갈등을 다룬 콘텐츠는 매우 많다. 이 게임 또한 비슷한 설정이기에 해보지도 않고 너무 뻔해서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게임'이라면 클리셰를 새로운 배움과 경험으로 바꿔낼 수 있다. 설정은 익숙하나 스토리의 전개의 상당 부분은 게이머가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주인공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
  조금 오버해서 얘기하면 게이머 한 명 한 명이 콘텐츠의 창작자 역할을 하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미 스토리 전개가 고정되어 있는 책이나 영상을 볼 때 우리는 흔히 '이런 전개는 좋네, 별로네' 하며 쉽게 판단을 한다. 하지만 이 게임의 경우 스토리 전개의 큰 틀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중요한 방향성은 게이머가 정할 수 있기에 전개에 대한 판단이 훨씬 다채로워진다. 내가 선택해서 만든 스토리 전개라면 단순히 좋다 또는 별로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된 건지 또는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한 단계 더 생각해 볼 수 있다.
 
2.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
  우리는 같은 상황이더라도 주체가 타인인지, 나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심지어는 시점에 따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시전 하기도 한다. 199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이라면 대게 학교에서 선생님께 체벌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매 맞을 때의 선생님은 '님'자를 붙여서는 안 되는 매우 나쁜 사람으로, 그때 체벌은 잘못됐다고 얘기하면서 '요즘 애들은 매를 안 맞아서 싹수가 없다'는 얘기를 한 사람이 하기도 한다.
  콘텐츠를 접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내가 주체냐 관찰자냐에 따라서 판단이 달라진다. 그저 책이나 영상에서 AI가 주인공이라면 그걸 보는 사람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나=AI주인공> 이 등식이 성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게이머는 AI주인공이 되어 직접 움직이고 생각하고 대화한다. 처음 시작은 어색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나=AI주인공>이 된다. 자유를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혁명을 할지, 아니면 자유보다는 생존을 위해 평화를 선택할지 나(AI)의 선택은 가볍지 않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민주시민교육 '인권' 파트에서,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업에서 다양한 사례로 설명했지만 학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게임을 경험하게 된다면 한 학기의 수업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효과적으로 소수자의 입장에 공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3. 생각해 볼 거리 제공
  미래 AI기술의 발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했었다. 수많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긴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가깝게 체감하기 힘들었다. 2016년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도 놀라긴 했지만 여전히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특정 분야에서만 활용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SNS의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부터는 체감이 되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기술은 점점 정교화되어 이제는 어쩜 그렇게 내가 재밌어할 만한 것들을 추천해 주는지 놀랍다. 최근 ChatGPT 3.5가 등장한 이후로 실제로 빅데이터를 일반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자, AI기술의 기대와 우려는 가까운 우리의 이야기가 됐다.
  2018년에 이 게임을 할 때만 해도 실제로 이 게임의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 못했다. 하지만 2023년인 지금 시점에서는 2038년 정도면 이 게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청소년과 같이 이 게임을 하면서 대화 나눌 주제가 매우 많다. 그 대화는 막연한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는 시간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진지하고 몰입해서 미래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대화까지는 쉽지 않다면 질문을 만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인간형 로봇이 진짜 나올까? 나온다면 어떨까?
- 인간과 같이 사는 게 가능할까?
- AI가 인간보다 지식과 정보에 있어서 월등할 텐데, 인간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
- 인간은 어때야 할까?
등등..
 
4. 나의 선택에 대한 통계 제공 (내 생각은 얼마나 대중적일까?)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은 게이머가 하는 선택에 따라서 전개가 달라진다. 선택이 중요한 게임이다 보니 '전 세계 선택 통계'라는 흥미로운 시스템이 있다. 쳅터(책으로 치면 작은 목차)가 끝날 때마다 선택에 따른 루트가 나오고, 이 게임을 플레이한 전 세계 유저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퍼센트로 나온다. (물론 다른 선택지에 대한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내가 선택했던 루트만 보인다.)
  내가 하는 선택과 결말이 다수와 비슷한지 아니면 소수의 선택지인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재밌는 요소이다. 게임이기에 사람들의 세계관이 반영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생각이 얼마나 대중적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다.


● 염려 지점

- 긴 호흡의 전개
  영화는 2시간 내외라 한 번에 볼 수 있지만 이 게임의 플레이타임은 12~15시간라서 시간을 넉넉하게 잡을 필요가 있다. 다들 경험해 봤겠지만, 끊어 가는 간격이 너무 넓어지면 기억도 안 나고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가급적 2주~4주 안에 결말까지 진행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 스포일러 주의
  인기가 좋은 게임이고 특별한 장르이기 때문에 유튜브를 비롯해 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토리 선택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미리 전개와 결말을 알게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 앞의 긴 호흡의 전개와 연결되는 염려 지점인데, 게임 간격이 넓어지다 보면 다시 게임을 하기는 귀찮아지고 그냥 유튜브로 영화 보듯이 스토리 요약을 보고 끝내게 될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 게임의 특징은 게이머가 하는 선택에 따라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는 것이다. 직접 선택해서 마주하는 결말이어야 교육적 효과가 극대화된다.
 
- 폭력성에 대한 주의
  폭력 표현과 비속어 욕설이 등장한다.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 총평 : 얼마나 교육적인 게임일까?


재미 ★★★★☆

+ 내가 직접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 액션 조작이 아닌 머리 쓰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재미없을 수도.
 
교육적 ★★★★☆
+ 이보다 더 미래사회를 간접경험해 보는 콘텐츠가 있을까?
- 폭력성 때문에 별 하나가 빠진다.
 
접근성 ★★★★☆
+ 인터렉티브 무비 장르다. 게임은 익숙하지 않고 부담스러운데 하시는 어른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
- 태블릿으로도 할 수 있으면 좀 더 편했을 것 같다.



● 마치며

  SNS시대에 단속은 불가능하다. 문화적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조언이나 통제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청소년이라면 대부분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가 있을 것이다. 즐겨하는 게임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이 청소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접하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넓히는 것이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작은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청소년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데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는 아주 좋은 콘텐츠이다. 그리고 모든 큰 일들은 작은 계기에서 시작된다.
  어른들,  특히 게임을 안 해봤거나,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집에 컴퓨터나 노트북이 있을 것이다. 주말에 연휴가 하루 정도 붙었다면 3일 동안 게임의 매력에 한 번 푹 빠져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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