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많이 먹어도 살찌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고, 반면에 조금 먹는데 쉽게 살찐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체질 때문이지요. 전자는 양(陽) 체질이고, 후자는 음(陰) 체질입니다. 지난 글에서 생명력인 양기(陽氣) 담는 그릇을 음혈(陰血)이라 했는데 양 체질은 선천적으로 음혈 그릇이 작고, 음 체질은 큽니다. 따라서 양 체질은 음혈 그릇에서 양기 넘치는 질환에 걸리기 쉽고, 음 체질은 양기 부족한 질병에 잘 걸리지요.
체질 관점에서 양 체질은 마르고, 음 체질은 살찐 것이 정상입니다. 지나치게 마르거나 병적으로 살찌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그렇습니다. 몸에 살집 있는 음인(陰人)은 마른 체형의 양인(陽人)을 선망하는데 음인 역시 정상이기에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대로 음혈이 충족된 상태인 음인이 양인보다 더 건강하기에 음인이 오히려 양인의 선망 대상이어야 하지요.
과체중으로 진단 받은 경우 다이어트에 앞서 체질 감별이 요구됩니다. 음인에게 약간의 과체중은 정상이므로 다이어트가 불필요하니까요. 반대로 양인의 과체중은 비정상이라 다이어트가 필요한데 다른 질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합니다. 과체중의 원인이 비만 아닌 특정 질병에 따른 부종일 수 있어섭니다.
모든 음인에게 다이어트가 필요 없음은 아닙니다. 약간의 과체중이 정상인 것이지 그 약간을 넘어서면 비만으로 다이어트 대상이지요. 그런데 ‘약간’을 판단하는 기준이 같은 음인이라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수치로 객관화시키기 어려우니 음인 스스로의 주관적인 판단이 요구됩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리길 음혈 그릇이 그것에 담긴 양기보다 너무 클 경우 넘친 음혈만큼 노폐물로 체내에 쌓인다고 했지요. 음혈 노폐물인 담음(痰飮)과 어혈(瘀血)이 생기면 순환 문제가 벌어집니다. 체액과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체중인 음인은 자신에게 순환 문제가 없는지 평소의 컨디션을 관찰하세요. 만약 있다면 그 ‘약간’을 넘어선 것으로 음혈 그릇을 작게 만드는 다이어트가 요구됩니다.
순환 문제가 동반되지 않은 과체중은 비만이 아닙니다. 음혈이 풍부하고, 그만큼 양기의 생명력이 왕성한 상태입니다. 삼국지의 영웅인 장비를 비만 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요. 물론 장비 역시 체액(陰)과 혈액(血) 순환에 어려움이 생기면 그 문제가 해결되는 선까진 다이어트가 요구됩니다. 그렇다고 장비가 과체중 자체를 비만으로 여겨 정상 체중으로 만들면 전투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키 176센티에 몸무게 54킬로의 양 체질인 저는 다소 과체중으로 음혈 충족되어 활력 넘치는 음인이 부럽습니다. 다음 생이 존재해서 선택 가능하다면 양인 아닌, 다소 과체중의 음인으로 태어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