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13화

그라데이션과 체질 신화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지난 글에서 비만에 대한 체질을 말씀드렸습니다. 음(陰) 체질은 다소 살찐 것이 정상이고, 양(陽) 체질은 몸이 말라야 한다고 했지요. 음 체질의 경우 약간의 과체중은 다이어트가 불필요하니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선 체질 감별이 우선됩니다.


체질의학은 다른 동양의학과 비교되는 한의학의 독창적인 것으로 여러 이론이 있습니다. 음양체질, 오행체질, 사상체질, 팔체질 등등이죠. 음양체질은 체질을 음과 양 2가지로 나누고, 사상체질은 4가지, 오행체질은 5가지, 팔체질은 8가지로 분류합니다.


저는 음양체질을 합니다만 그렇다고 제가 체질을 2가지로 국한하지 않습니다. 저는 3가지로 나눕니다. 음 체질과 양 체질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모르겠다’ 체질이지요. 체질의 음양 감별이 명료하지 않은 환자가 ‘모르겠다’ 체질인데 50% 이상이나 됩니다. 저는 음양 체질이 쉽게 감별되는 환자는 체질에 따라 치료하고, 그렇지 않은 ‘모르겠다’ 체질은 체질의학 아닌 일반 한의학 이론으로 치료합니다.


체질의학은 체질 감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치료됩니다. 그런데 감별이 간단치 않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체질 신화가 여기서 비롯되지요. 체질을 무리하게 분류하려는 강박이 체질 신화를 만듭니다. 체질에 대한 맹목적 믿음 말입니다.


체질감별의 어려움은 한의사의 진단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복잡계에 따르는 자연의 당연한 모습입니다. 인간의 체질이 마치 칼로 무 자르듯이 간단 명료하게 감별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말입니다. 자연계에선 흑백 논리가 없습니다. 흑(黑)과 백(白)이 명료한 것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흑과 백이 서로 섞여 매우 다양한 그라데이션을 나타내지요.


따라서 음양 체질이 명료한 사람은 소수입니다. 음과 양의 체질 특성이 혼재되어 어떤 사람은 비교적 음에 가깝고, 다른 어떤 사람은 양의 특성을 더 나타나며 또 누군가는 음과 양이 비슷하게 혼재되어 도저히 감별할 수 없습니다. 같은 음양 체질일지라도 그라데이션처럼 음과 양의 비중이 다른데 이는 음양 체질뿐만 아니라 사상체질, 팔체질, 오행체질 모두 마찬가집니다.


음양의 흑백 그라데이션. 순수한 흑과 백은 복잡계인 자연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흑백 섞인 회색인데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흑에 더 가까운 사람이 음 체질, 백에 더 가깝게 보이는 사람이 양 체질입니다. 어떻게 보면 흑에 가깝지만 다르게 보면 백에 가까운 사람 또는 흑과 백 어디에 더 가까운지 알 수 없는 사람은 ‘모르겠다’ 체질입니다. 이러한 흑백 그라데이션에서는 음양 체질이 명료하게 감별되는 사람보다 ‘모르겠다’가 더 많은 것이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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