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14화

체질 감별이 어려운 이유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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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자신의 체질을 말씀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른 한의원에서 진단받은 체질을 알려 주시는 것이죠. 진료할 때 참고하라는 뜻인데 저는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체질 진단에 오류가 적지 않아섭니다.


제가 체질 진단에 의문을 품은 것은 한의대 학창시절입니다. 3명의 선배 한의사로부터 소양인, 태양인, 태음인이라는 진단을 각각 받았지요. 사상의 4가지 체질 중에서 소음 제외한 3가지 모두 들어본 것입니다. 그 후로 체질의 오류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맥으로 감별되어 진단이 사상의학보다 객관적인 8체질도 마찬가집니다. 저는 금체질이 확실하나 아버지의 경우 10년 넘게 금체질로 믿다가 토체질로 확신된 것이 최근입니다. 그리고 금체질인 어머니는 8체질 한의원에서 목체질로 진단받았는데 그 한의원에서 동생은 금체질 치료로 호전되었지요. 아버지가 토체질, 어머니가 목체질이면 저와 동생이 어찌 금체질이겠습니까? 자녀 모두 금체질이 확실하고, 아버지가 토체질일 경우 유전 관점에서 어머니는 금체질일 수밖에 없지요.


이와 같이 체질 진단은 혼돈 일으키기 쉬우니 오류를 줄이려면 검증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진단 받은 체질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지요. 사상의학에선 약(藥), 8체질에서는 침(鍼)으로 검증합니다. 체질을 감별 받았을 때 해당 약이나 침으로 호전 반응이 있어야 그 체질이 맞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애매한 분들이 많습니다. 감별 오류라 생각되어 다른 체질로 약이나 침을 써도 긴가민가. 이처럼 검증되지 않으면 ‘모르겠다’로 규정해야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별만 믿으면 ‘체질 신화’에 빠지니까요. 맹목적으로 믿는 신화는 한의학을 대표하는 체질의학에도 존재합니다.


감별에 오류가 적지 않은 것, 검증조차 애매한 분들이 많은 것. 이는 제 관점에선 당연합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대로 우리 인간을 포함한 모든 자연이 ‘복잡계’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4가지(사상의학) 또는 8가지(8체질)로 명확히 분류하기 어려울 만큼 체질 자체가 복잡해섭니다. 회색 하나를 두고 백에 가까운지, 흑에 더 가까운지 판단하는 것이 쉬울까요?


한의원마다 체질을 다르게 감별 받는 분이나 검증 반응이 긴가민가한 분은 자신의 몸이 특이하고 이상해서가 아니라 복잡계에 따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체질 감별이 쉽게 이루어지고, 검증도 확실한 분이 오히려 덜(?) 자연스럽지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체질의학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는 다음에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음 글은 체질의학에 관심 가진 환자분들 뿐만 아니라 후배 한의사와 한의대생에게 전하고픈 내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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