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관자재 1 15화

체질의학은 한쪽 날개

제주 한의사의 한의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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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입장에서 체질 감별의 오류를 줄이는 방법은 체질 전문 한의원에서 진단 받는 것입니다. 모든 한의사가 체질 전문가는 아닙니다. 체질만 진료하는 한의사가 따로 있지요. 평생 연구해도 어려운 일이 체질 진단인데 체질 전문이 아닌 한의사가 감별할 경우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자 질문에 의료인은 답변할 의무가 있어서 답을 성급하게 던질 수 있습니다. 실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현상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한의학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체질을 묻는 환자에게 전문이 아님에도 체질을 감별해 주는 한의사가 있다는 말입니다.


체질 전문이 아님은 한의사에게 부족한 모습이 아닙니다. 체질의학이 한의학의 전부가 아니거든요. 한의학 이론은 일반론과 특수론으로 나뉘는데 체질의학은 특수론에 속합니다. 특수론을 몰라도 일반론으로 진료 가능하며 특수론보다 치료율 높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체질의학을 맹신하여 일반론을 무시하는 분들이 있는데 체질이 아무리 달라도 인간으로써 공통된 생리와 병리가 있습니다. 코 2개, 눈 1개인 체질은 없지요? 예컨대 특수론에선 육식해야 건강한 체질이 있지만 일반론에서는 육식을 적게 할수록 건강합니다. 인간의 장(腸) 길이가 육식에 적합치 않기 때문입니다. 체질에 따라 장(腸) 길이가 다르진 않지요.


관련해서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습니다. 일반론의 한의사는 환자의 체질 질문에 전문이 아니어서 감별할 수 없다고 답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특수론에 따르는, 체질 전문 한의사는 약이나 침으로 체질이 검증된 후에 환자에게 답하세요. 아울러 검증이 어려워 체질이 애매한 경우엔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체질 전문인 입장에선 환자의 체질을 반드시 감별해야 치료가 시작됩니다. 체질을 몰라도 의료행위 가능한 일반론의 한의사와 다르지요. 때문에 검증조차 애매한 환자에게 체질을 성급히 선언하면 한의사 스스로 체질 신화에 빠집니다. 체질의학을 학문 아닌 종교적 믿음으로 맹신하는 것인데 이러면 견강부회로 환자를 체질 이론에 끼워 맞추게 됩니다.


체질 전문일지라도 감별이 불확실한 경우엔 일반론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제가 환자를 진료할 때 먼저 음양(陰陽) 체질로 감별하되 불분명하면 팔강변증(八綱辨證)으로 진단하는 이유입니다. 팔강변증은 일반론에 속하는 대표적인 진단법이지요.


한의학 이론에서 일반론과 특수론은 양날개와 같습니다. 한쪽 날개만으로 날아가는 새가 없듯이 일반론과 특수론이라는 날개가 모두 있어야 제대로 날 수 있지요. 우리 한의사가 일반론, 특수론의 양날개로 질병의 고해(苦海)를 건너는 알바트로스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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