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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 Jun 29. 2023

대책 없는 무모함이지만 후회는 없어

작년엔 예측할 수 없었던 지금의 삶


벌써 23년 6월이 지나 7월이 코앞이다. 22년 4월 퇴사 후 보낸 5~6월의 일상과 지금의 일상은 전혀 다르게 굴러가고 있다. 작년 5월, 제주도에서 2 주살 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여유롭게 보내고 있을 때.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그 시간 그 순간에 흠뻑 빠져 제주에서의 여유를 느꼈다. 여행이 주는 안락함 그리고 시간과 유행에 쫓기지 않고 ‘여행’ 자체를 즐기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기억은 내겐 너무나 싱그러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작년 6월엔 조금 부지런한 백수의 일상을 평온하게 즐겼다.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등산과 운동도 열심히 했다. 출근 알람을 무시한 채 뒹굴거리다 오전 9시쯤 몸을 일으켜 늘 먹는 고단백 두유 한팩에 뮤즐리를 말아서 구운란과 함께 아침을 가볍게 챙겨 먹었다. 그리고 두 시간 정도 지나서 소화가 다 되어가는 11시~12시쯤 헬스장으로 향했던 일상. 운동 후에는 여유롭게 마트를 들러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닭가슴살과 계란 프라이를 익혀 늦은 점심을 먹었다. 곧바로 샤워를 하고 나서 카페를 가거나 블로그 포스팅, 독서, 운동 유튜브 보기 등을 하며 일상을 보냈다.



회사를 갓 탈출한 퇴사자라는 타이틀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창 받던 때. 재취업에 대한 조급함도 없을뿐더러 누군가 뭐라고 하지도 않으니 매일이 평온했다. 푸른 계절과 같이 마음에도 푸릇푸릇한 산뜻함이 가득했던 22년 5~6월이었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던 그땐, 세상에 대한 설렘과 평화가 마음속에 가득했다.


23년의 5~6월은 작년과는 달리 여러 가지가 변했다. 다시 월급노예가 되어 헬스케어 회사를 다니고 있고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집에서 턱걸이를 연습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따라오는 고충도 있지만.. 뭐 사회생활이 다 그런 거니까. 작년 이맘때쯤엔 오로지 '쉼'에 대한 생각뿐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내년 봄을 기점으로 이직을 계획하고 있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며 준비를 할 뿐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사회적인 선을 지키며 더 이상 진심을 다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마음을 쓴 만큼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또 그게 당연한 것도 아닌 걸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었달까. 안타까워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자연스레 나이가 들어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게 된 요즘이다. 그리고 타지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가족과의 애틋함이 더 생겼다. 또 건강이 나빠지면 빨리 회복되지 않는 탓에 각종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며 면역관리에 신경을 쓰게 됐다.



물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식단도 두 끼 정도는 유지를 하는 편이다. 체지방이 좀 늘긴 했지만 몸무게도 큰 차이는 없다. 또 회사 근처로 거주지를 옮길지 말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었는데 최종적으로 지금 머물고 있는 집에서 변함없이 2년 더 살게 되었다. 1년을 쉬어도 됐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라는 조건이 필수인 대출 연장을 위해 만기일에 맞춰 재취업 준비를 한 것도 있었다. 요즘은 작년 제주도에서 들었던 노래들 위주로 듣곤 하는데 그때의 감정, 느낌, 기분, 소리가 날 감싸면서 더욱 떠나고 싶게 만든다.


작년 이맘때쯤엔 내가 지금처럼 살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지하철도 아니고 기차를 타고 출퇴근을 할 줄이야. 대책 없이 무모했던 퇴사가 또 대책 없는 무모한 새로운 길로 향하게 만들었고 나는 지금 그 길을 조금씩 안정적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가끔 찡찡거리긴 해도 지금 이 삶이 나쁘진 않다. 순탄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만큼 다부지게 쌓아온 시간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줌을 느낀다.




내년 6월엔 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번 마음먹으면 해야 하고 충동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아마 새로운 흥미를 열심히 쫓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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