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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유히 Mar 21. 2023

9개월 동안 체지방 15kg 감량하며 느낀 것

헬스장 갔다가 퇴사하고 건강을 향해 살아보기로 하다.

 


삐그덕거리던 연애를 끝내고 보니 남은 건 살뿐이었다. 20kg가 쪘다는 사실이 헤어짐의 충격보다 더 크게 와닿았고 커다란 살덩이로 덩그러니 남아있는 내 자신이 비참했다. 얇은 뼈대에 비해서 체지방률은 40% 를 넘은 상태였으며 과체중으로 인해 허리와 무릎과 발바닥 그리고 발목이 온전하지 못했다. 이런 몸을 가졌던 나는 뛰는 게 너무 싫었다. 늘 쉽게 피로했고 무기력했다. 무엇을 입어도 마음에 들지 않은 건 당연했고 거울을 보기가 싫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 시대가 열리면서 스스로를 가꾸고 꾸미는 것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대충 입고 대충 먹는 삶을 지속하다가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퇴근길에 홀리듯 들어간 헬스장에서 PT를 등록해 버렸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혼자 열심히 운동을 했고 약 9개월간 주 5~6일을 헬스장에 갔다. 처음 3개월 동안은 군것질을 거의 하지 않았고 클린한 식단에 집중했다. PT 20회가 끝나던 시점에 첫 목표였던 체지방 8kg 감량을 넘어서 약 10kg 감량하며 목표를 달성했다.



비포애프터


내가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장을 나올 수 있었던 건 웨이트에 대한 재미가 제일 컸다. 사용해 본 적 없는 근육들을 깨우며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신기했고 어쩔 땐 스스로가 답답하기도 했다. 이해도와 습득력이 느려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꾸준한 연습뿐이었다. 그러다 스스로 자극을 느끼는 날이면 그날 하루는 얼마나 기쁘던지.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운동을 통해 풀면서 땀에 절여지는 그 순간이 뿌듯했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 다음날은 무슨 운동을 할지 생각하며 혼자 설레어하던 날들. 지금 생각해도 헬스에 단단히 빠져있었던 것 같다.



최종 인바디


80번째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날, 나의 인바디 최종 결과는 근손실 없이 체지방 15kg를 감량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9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트쌤의 타이트하지 않은 식단과 오로지 몸무게만 빼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서였다. 내가 스트레스받지 않는 걸 최우선으로 두고 내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관리를 해나갔다. 운동에 대한 재미를 느낄 때마다 진심으로 좋아하고 응원해 주던 트쌤의 모습에 믿음이 갔다. 그래서 그런지 더 힘입어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코로나와 부상, 개인사정으로 인해 5주 정도는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운동을 통해 몸이 변하는 걸 느끼면서 더불어 내 마음도 변하는 걸 느꼈다. 늘 침대와 한 몸이었던 만년 집순이가 등산을 다니기 시작했고 내면의 힘이 길러지면서 조금 더 도전적으로 변한 것 같다. 작은 성취들이 모여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 결과 나는 퇴사 후 사람들에게 건강을 알리는 회사로 이직하여 새로운 일상을 지내고 있는 중이다.


또 한 가지는 운동을 접하면서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법과 중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속으로 품고만 있었던 글쓰기를 배우고 있다. 이렇게 모인 성취들은 더 큰 성취가 되어 나에게 돌아온다. ‘난 못할 거야’, ‘난 아마 안 될 거야’와 같은 마음을 지레 먹으며 포기를 일삼았던 날들. 이제는 무엇이든 ‘일단 해보자’ , ‘잘 못하면 어때’라는 도전적인 마음이 먼저 든다. 주변 사람들 또한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많이 변했다며 딴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러게. 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지.



식단


누군가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도 PT 80회 받으면 그 정도는 빼겠다”, “그렇게 먹고 그렇게 운동하면 살이 안 빠질 수 없지”와 같은 나의 노력을 무시하는 말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굉장히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80회’라는 말을 잘 안 하려 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반응은 날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한 시간에 100만 원짜리 PT를 100번 듣는다고 해서 100% 살이 빠질까? 수업만 듣는다고 해서 과연 원하는 결과치를 얻을 수 있을까? 운동과 식단 다이어트의 모든 과정은 트레이너가 대신해주는 게 아니다. 오로지 나의 의지로 하는 것이다. 아무 노력 없이 너무 쉽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내 몸의 주인은 나이기 때문에 수업의 횟수, 시간, 가격, 가치가 얼마든 내가 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나의 노력을 함부로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자극이 되어 보란 듯이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지치는 순간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전진하는 것. 타인의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더 나은 내일이 되는 것. 도전을 두려워한다기보다 흥미롭게 여기는 것.’ 운동은 이처럼 나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인스타에서 보이는 근육이 뽈록뽈록한 헬스인들 만큼의 몸은 아니지만 내면의 변화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도 나는 헬스와 등산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더 나아가 클라이밍, 마라톤 등 활동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이처럼 삶을 능동적으로 대하게 되었달까. 운동은 활력뿐만 아니라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이런 건강의 가치를 알고 나서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둘씩 실천하는 중이다.


다이어트를 성공하면서 외적인 만족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내적인 변화의 만족도가 더 크다. 이 경험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평생 모르니까 더 값진 것 같다. PT 비용과 헬스비에 수백만 원이 쓰였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1인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걸 얻었으니까.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나를 믿고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운동에 재미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에 공감하는 자들이 많아져서 내가 속한 이 세상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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