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숫자 1이 4개가 나란히 놓이는 날이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11월이 되면 편의점이나 마트 곳곳에 빼빼로가 진열되기 시작한다.
바구니에 예쁜 장식과 함께 채워진 빼빼로, 엄청나게 거대한 빼빼로와 다양한 모양의 빼빼로가 유혹한다.
평소에는 구경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맛과 모양들이 새로 나온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빼빼로 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영남 여고생들이 ‘빼빼로처럼 키도 크고 날씬해지길’ 바라며 친구들과 서로 교환하면서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일부러 기업에서 빼빼로를 많이 팔고자 상술로 만든 날이라고도 한다.
신랑은 기념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남자 대부분이 그런 건지, 아니면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신랑이 기억하는 것은 겨우 딸 생일과 내 생일, 결혼기념일이 전부이다.
사실 결혼기념일도 기억하지 못했던 사람이다.
갑자기 물은 나의 질문에 답을 못하다가 나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찾아서 답을 했던 사람이니 다른 기념일을 기억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 역시도 특별히 기념일을 챙기지 않는 편이다. 연애 시절에도 ‘만난 지 몇일’ 이런 날들을 챙겨본 적이 없다.
당연히 모를 거라는 걸 알기에 일부러 신랑에게 “빼빼로 데이인데 빼빼로 좀 사오지”라고
이야기하면 한마디로 “그건 상술이야”라고 단칼에 자른다.
‘그래. 상술이야.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이야기를 하면 한 번 사오면 안 되나?’라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투덜거린다.
그리고 나는 편의점으로 간다. 다양한 빼빼로를 구경한다.
‘올해는 어떤 새로운 맛이 나왔을까?’ 궁금해하면서 고민한다.
이것저것 집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내가 좋아하는 아몬드 빼빼로와 새로운 맛을 하나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매일 마주치는 빼빼로이지만 유난히 11월 11에 먹는 빼빼로가 더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술에 당한 건지, 아니면 기꺼이 당해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초콜릿 막대기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상술’이라고 외치던 얄미운 신랑이지만 나누어 먹어야지. 나만 살찔 수 없으니까.
#빼빼로데이 #상술이지만맛있는걸 #11웗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