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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야 Dec 27. 2024

까칠한 내가 보낸 시간이 모여 만들어진 나

나를 그리다.

낯선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말을 거는 성격이 아니라 숫자만 쳐다본다. 신랑은 나와 다르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면 인사를 하고, 아이들을 보면 이야기를 한다. 말도 잘 하지 않고 아파트 사람들과도 어울리려 하지 않는 나에게 신랑은 가끔 핀잔을 주기도 했다.     


“당신은 왜 아파트 아줌마들이랑 같이 안 어울려?”

“난 엄마들이 유치원 버스에 아이를 태운 후 ‘우루루’ 몰려다니는 것이 싫어.”
 “왜? 서로 이야기도 하고 정보도 나누면서 좋잖아.”
 “정보라기보다는 쓸데없는 수다가 대부분인 것 같애. 아침부터 시작되는 모임이 저녁에 신랑 올 때까지 계속되는 것도 종종 보았어. 이 집 저 집으로 몰려가 커피 마시고 밥해 먹고, 아이가 유치원 버스 타고 귀가하면 또 아이를 데리고 몰려가. 그렇게 다니다 보면 아무것도 못 해. 심지어 심할 때는 밤까지도 어울리더라고. 물론 모든 모임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생활을 시작하면 그 모임에서 빠지기도 어려워하더라고. 그런 곳에 나의 체력이나 에너지를 뺏기고 싶지 않아.”
 “그게 아이한테도 좋은 게 아닐까?”
 “별로 도움은 안 된다고 생각해. 차라리 그 시간에 내가 배우고 싶은 걸 할래.”     


유치원 시절부터 동네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고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새로 이사 온 동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파트 아이들이 모두 다니는 학교 엄마들과 섞이는 것이 좋지 않았다. 엄마들 입담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살아오다가 우연히 시작된 그림 동호회 모임에서 만난 이웃들이 있다. 그림이라는 취미로 만나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만났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그림을 멀리하면서 동호회 모임도 점점 뜸해졌다. 그림을 못 그리면서 처음에는 가끔 만나 카페인을 충전하자며 커피와 티 타임을 가지면서 수다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진 그룹이라 그런지 그림이라는 매개체가 없어지니 만남도 쉽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은 동네 친구가 없다는 사실이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의 나의 결정은 후회하지 않는다. 만약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가족과 내가 만들어 쓰려고 배운 화장품 만들기로 강사를 시작했다. 우리 아이와 함께하기 위해 배운 NIE, 아이가 커가면서 진로 설정에 도움 주기 위해 배운 청소년 진로 등 작고 소중한 경험들은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친구는 없지만, 짧은 시간의 배움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나의 일은 나를 지금도 지치지 않게 한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일들이 많고, 앞으로 다 하지 못할지라도 내가 보낸 시간을 나는 믿는다. 이 세상에 헛된 시간은 없으니까.  

   


#까칠한나 #그래도후회하지않는 #지금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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