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이야기
그때부터였는지 모른다. 내가 가을을 사랑하게 된 것은... 가을 빛깔이 듬뿍 담긴 눈빛과 가을 향기를 가진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가을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처음 너른 본 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인 체육관 입구에서였다. 입구 앞에 혼자 서 있는 네 주변은 아직은 추운 겨울이었지만 봄 햇살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니 봄이라는 표현은 너하고 어울리지 않았다. 쓸쓸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빛나는 가을의 노란 은행잎 빛과 같았다. 네 주변은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까만 밤을 배경으로 금빛 불씨가 타오르는 듯이 느껴졌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이 나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잠시였지만 은은하면서 불타는 듯한 황금빛 색을 잊어버릴 수 없었다. 체육관에 입장 후, 많은 학생들 속에서 너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가을의 냄새와 빛을 잊지 못하고 헤어진 후, 너를 다시 만난 것은 개강 날이었다.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자리에 앉아 있는 너를 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너를 다시 그것도 같은 강의실에서 만난다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는 언제나 혼자 다녔고 강의가 끝나고 나면 조용히 사라졌다. 두근거리는 설렘 때문이기도 했지만 너는 ‘안녕’이라는 인사를 할 틈도 없이 없어졌다. 강의실에 들어갈 때는 너 먼저 찾았지만, 너는 가끔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다.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커다란 바위를 안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나를 위해 단짝 친구는 과 친구들과 독서 동아리 모임을 기획했고, 그곳에서 우리는 조금 가까워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너는 내가 생각한 그대로였다. 책을 좋아하고 시를 쓰는 가을을 닮은 아이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늘 ‘가까이하기에는 먼 당신’이었던 너, 단짝 친구의 장난 아닌 장난으로 둘만 했던 그 자리는 지금도 생생하다. 나의 마음을 알게 된 너는 나에게 원고지에 직접 쓴 시 몇 편을 선물했다. 지금 만나는 여자 친구가 있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나의 떨림과 셀렘은 너에게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인 원고와 같이 끝을 내어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와 함께 독서 동아리를 한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모임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낙엽이 가득 쌓인 교정 잔디에 앉아 열변을 토하던 그 가을의 열정과 향기를 지금은 느낄 수 없다. 쌀쌀하지만 어딘지 모르는 따뜻함이 있는 가을, 봄보다 가을을 사랑하기 시작하게 된 것은 너 덕분이었다.
싸늘함과 달콤한 가을 햇살, 황금빛 나뭇잎 사이로 걸러지는 가을 공기 속에 있던 너와의 추억은 지금도 서랍장 깊은 곳에서 숨 쉬고 있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어우러진 그 순간에 대한 미련은 지금 작은 보물이 되어 내 인생과 여행을 함께 하고 있다.
#옛추억 #가을을좋아하는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