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리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살며시 현관문을 닫고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게 뒷꿈치를 들고 걸었다. 깨어있는 사람보다 잠든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부터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날이다. 아직은 주차장에 차가 가득한 시간, 갑자기 변한 날씨로 오늘은 시원하다 못해 싸늘한 아침 공기가 볼을 스쳤다.
아파트 복도를 걸을 때와는 다른 씩씩한 걸음으로 주차장의 적막을 깨며 차에 올라탔다. 아침 일찍 나가는 강의는 때로는 피곤하지만, 조용한 새벽을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루를 남들보다 일찍 문을 연다는 것은 왠지 모를 뿌듯한 성취감도 느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만의 공간이자 퀘렌시아인 자동차를 타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하다. 특히 이른 새벽부터 준비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날은 흥분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기대와 설렘 때문이다. 내가 강의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동차에서 만나는 나, 그리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때문인지 모른다.
바깥은 여전히 새벽의 고요함 속에 잠겨 있고, 가끔 들리는 차 소리 외에는 텅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네비게이션으로 갈 목적지를 세팅하고 라디오를 켤 때까지는 도로에 부딪히는 타이어의 조용한 웅웅거리는 소리가 세상에서 유일한 소리처럼 느껴진다. 익숙한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부드럽고 편안하게 흘러 담요처럼 나를 감싼다. 활기찬 하루를 말하는 DJ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고, 오늘 하루를 축복하고 응원해주는 것으로 들렸다.
행복 가득한 상태로 부드럽게 운전하며 톨게이트로 향한 순간 나의 잔잔한 마음은 깨졌다.
‘앗, 뭐지? 왜 이렇게 차가 막히지? 지금 이 시간은 아직 막힐 시간이 아닌데.’ 출발하자마자 만난 교통 체증에 평온함은 사라지고, 마음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톨게이트 앞에 늘어선 차들은 일렬로 늘어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이곳은 늘 차선이 좁아져서 차들이 밀리는 곳이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은 막히지 않는다. 머릿속에서는 별별 불안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만약에 늦으면?’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한참 움직임이 없던 차들이 거북이처럼 아주 느리게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좁아지는 차선을 서로 양보하면서 하나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멀리 앞에서 불빛이 계속 반짝거리면서 차선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속도로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 듯했다. 차량 통행이 적은 새벽에 공사하려고 했던 것 같다. 반짝거리는 안내 구간을 지나자 막힘없이 속 시원하게 뻥 뚫린 길이 나를 맞이했다.
잠시 가슴 졸였던 순간이 지나자 들리지 않던 라디오의 음악이 나의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조금 빠른 템포로 흐르는 음악에 맞춰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가볍게 두드리며, 앞길에 집중했지만, 마음은 멜로디에 따라 살짝 흩어졌다 돌아왔다. 무사히 시간 맞춰 도착한 학교, 아직 등교생이 많지 않은 조용한 학교에 미리 도착해 차를 세워놓고 잠시 나만의 호흡으로 숨을 가다듬었다. 오늘은 예쁜 여학생들을 만나는 시간, 몇 년 전 방문했던 학교에 다시 왔다. 순수하고 예쁜 아이들과 하루를 보낼 생각을 하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 아이들에게 많은 배움을 얻는 강의, 오늘도 설레는 나의 하루가 좋다.
#매일 #소중한하루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