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만나는 이야기
맑고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지는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 어느 날 보다 더 강렬하고 순수하게 느껴지는 깊고 풍부한 푸른색을 띤 하늘은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아이들을 응원하고 있는 듯했다.
봄부터 시작했던 ‘공유학교’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었다. 공유학교는 초, 중, 고 아이들의 신청을 받아 다양한 거점 활동 공간에서 토요일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로컬 CEO’ 프로그램으로 5월부터 시작했다. 지역에서 나오는 물건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CEO가 되어 물건을 팔아보는 경험이다. 누구를 주 고객으로 할지, 어떤 걸 좋아할지, 시장조사도 하고, 어떻게 홍보할지, 고민하여 선정된 4가지 아이템으로 부스를 운영했다. 아이들과 함께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고 직접 홍보 문구와 전단지도 만들었고, 자신들이 할 역할도 나누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모든 걸 아이들이 기획, 준비, 운영했다.
청명하고 맑은 아침 바람은 부스 운영 시작과 함께 사라지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었다. 따가운 햇살에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친구와 함께 열심히 재잘거리며 고객을 맞이하는 초등학교 여학생은 가끔 불어오는 바람과 같이 신선했다. 조용하고 묵묵하게 커피박 화분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 고등학생 오빠와 부스에 참여한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행운권 추첨을 맡아 꼼꼼하게 진행한 아이, 모두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 더 훌륭한 스승이었다. 아이들의 열정 덕분인지 모든 부스 중 가장 인기가 많아 길게 줄은 늘어섰고 재료가 빨리 소진되어 나중에는 아쉬운 얼굴로 돌아간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부스에서 내가 맡은 일은 목격자의 역할, 원활한 진행을 위한 아이들의 안전과 부족한 물품들의 수급을 도와주는 것이 전부였다.
강의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잘한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숫자로 아이들을 줄 세우고 판단하는 어른들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아이들이 작아진다. 언제쯤 그 숫자에서 벗어난 세상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나누면서 배우고 자랄 수 있을까?
제일 열심히 활동한 초등 여학생들도 학교에서는 작아지는 아이들이었다. 숫자에 밀려서.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내고 홍보하며 고객을 응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숫자의 세상 속에 갇혀 살게 만든 어른으로서 미안했다. 멋지게 아이들이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도심지에서 조금 벗어난 곳으로, 주말마다 아이들을 만나러 온 날들에 대한 커다란 선물을 한아름 가득 돌아왔던 날이었다.
아이들은 잘한다! 아이들은 자란다!
#아이들은어른의선생님 #가르치는게아니라배우고오는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