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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삼 Jun 23. 2024

후회를 남기지 않는 육아는 뭘까?

놀이터에서 할머니를 만났다. 아이와 신나게 웃으며 숨바꼭질을 하던 중.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자 말씀을 시작하시는 할머니. 

"내가 딸이 53인데 이런 걸 보면 후회가 너무 많이 돼. 그때는 이렇게 같이 놀아주지도 않고 손도 안 잡아주고 울면 때리기나 하고 그랬거든. 이런 장면을 보면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파."


따님이 자식을 넘어 손주를 볼 나이가 되셨는데도 놀고 있는 5살짜리 내 아이를 보며 후회를 곱씹고 계시는 할머니. 더 이상 딸과 놀이터에서 놀아줄 수도 없는 나이가 되셨지만 아마 그분은 앞으로도 계속 딸과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사정은 모른다. 아마 그분의 딸은 어릴 때 잦은 폭력으로 어머니와 의절한 사람일 수도 있고, 그냥 그 시대에 먹고살기 바빠 신경을 잘 못 써준 것일 수도 있고. 이 모든 게 내 상상에 불과하지만 확실한 건,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눈은 회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육아란 뭘까. 

내 마음을 가장 많이 주고 내 몸을 갈아내며 키워도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은 도대체 뭘까. 




어린이집 연장반 선생님이 신발장에서 인사하면서 하시는 말씀. 

"저는 집에 아들이 초등학생인데 다시 키우고 싶어요. 이 나이 때로 돌아가면 이젠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5살인 아이를 보며 하시는 말씀이었다. 선생님의 자녀는 다행히 50대는 아니었다.(선생님도 50대가 아닌데 당연한 소리) 아직 내 손으로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할 날이 수천일은 남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온 세월이 후회가 되시나 보다. 듣고 보니 나도 그렇다. 5살인 아이는 태어났을 때부터(750g으로 태어났다!) 백분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몸무게로 살고 있는데 병원에서 막 퇴원한 신생아시절, 분유를 조금만 많이 먹으면 자꾸 두배로 토하길래 가끔 새벽수유를 건너뛰곤 했다. 그때 새벽수유를 안 해서 그런가, 그래서 뱃고래가 작은 건가. 그 뒤로도 난 꾸준히 자책했다. '그래도 먹였어야 했나'하고. '토하더라도 그때 많이 먹였여야 했나. 인큐베이터에서는 잘 먹었다는데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모든 게 무섭고 서툴던 시절. 그래도 어떻게든 작은 생명을 키워내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것들 중 뭔가 놓치지 않았나, 실수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했더랬다.  




내 목표는 후회를 남기지 말자!이다. 사실 육아에도 그렇고 삶에도 그렇지만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이란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뭔가 아쉬운 생각이 들 때면 그때의 내 결정은 늘 차선책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뒤따라 오니까. 물론 후회한다고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감정들이 간혹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사람들이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이라는 수많은 글 중에서 어떤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그때 내 자유가 구속당한다고 생각해서 육아를 즐기지 못한 것" 

어차피 자유는 구속당해 있고, 현실은 바꿀 수 없는데 불평불만만 하고 있는 육아는 전혀 즐겁지 않을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느냐 참는다고 생각하며 보내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쉽지 않다. 특히 나처럼 뭔가를 꾸준히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하루하루의 난이도는 크게 높지 않지만 그게 매일매일 365일 x4년간 이어져오고 있는 지금이. 하지만 쉬고 싶을 뿐, 불행하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행복하다. 어차피 육아 안 하면 핸드폰이나 보면서 시간 죽일게 뻔한 나라는 인간에게 하늘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라도 준 것 같다. 전혀 논리가 없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5살 꼬맹이를 보며 욱할 때도 있고, 화내놓고 후회하는 일도 부지기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아이와 나 스스로를 키워낸다. 



아직 초보엄마에 불과한 나는 '후회를 남기지 않는 육아'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것은 나중에 비로소 후회가 들 때가 돼야 알 수 있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그 후회는 내가 빠져 허우적거릴 늪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지침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나는 매일 아이를 사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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