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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노키오 Nov 16. 2022

(시) 저녁 문장

땅거미 지는 저녁 어스름까지

엄니는 밭을 맨다

삼십 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해온 나는

그런 게 어디 있냐고

시간 됐으면 퇴근해야지

슬근슬근 톱질하듯 호미질을 하다

뒷짐 지고 밭둑으로 올라선다

매던 고랑이라도 마저 매야지

또 저 지랄이네

엄니가 노할 때마다 나는

귀머거리 삼 년 과정을 이수 중인

착한 며느리다

달빛이 선명해진다

개밥바라기 별도 떴다

코딱지 어린 내가 한달음에 올랐던

바위배기 소나무 숲도 어둑하다

어디서 본 듯한 흑백의 시간들

사진첩 넘기듯 바람 분다

얼마나 남았을까

엄니와 지지고 볶을 시간

엄니는 여전히 밭을 매고

나는 퇴근 담배를 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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