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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뮤즈 Nov 20. 2024

2024 서울라이프 마라톤 5KM 완주

생존운동 ing

11월 17일 서울라이프 마라톤 5Km 완주.

2019년 JTBC 마라톤 이후 인생 두 번째 마라톤 대회 참가였다. 5년 만에 달라진 건, 10KM가 아니라 5KM를 신청한 것.


11월 17일. 여의도 한강공원.

오전 9시 40분, 우리는 5km 마라톤 코스에 섰다.


‘걷다 뛰다’로 완주하는 나만의 단순한 전략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그날은 내 각오가 무색할 만큼 추운 날이었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은 내 몸을 얼게 했고, 마음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출발선에 선 순간부터 어깨를 감싼 차가운 공기가 여지없이 느껴졌다. 주변 사람들 역시 한껏 몸을 웅크린 채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마라톤에서 나의 목표는 늘 같다. 완주, 그뿐이다. 무리하지 않고, 숨이 차오르면 걸어가며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초반엔 출발선에서부터 시작된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달리기 모드가 켜진다. 마치 모든 것이 흐름에 맡겨지는 순간 같다. 얼마간 달렸지만, 이내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뛰는 사람과 걷는 사람의 무리가 분명히 갈라졌다. 차갑게 굳은 근육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 뛸 때마다 허벅지와 종아리에서 간지러운 신호를 보냈다. “곧 괜찮아지겠지”라는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나는 길 가장자리로 빠져 빠르게 걷기를 시작했다. 나를 둘러싼 흐린 하늘, 시린 공기, 그리고 무거운 몸. 모든 게 이상하게 조화를 이루며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5km면 가볍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렇게 생각하며 신청했던 코스였다. 그런데 반환점을 돌기 전부터 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5km가 원래 이렇게 멀었나?” 평소 같으면 발걸음 가벼운 거리가 그날은 몇 배나 멀게 느껴졌다.

마라톤에 신청한 과거의 나를 탓했다. 굳이 이걸 왜 시작했을까?라는 생각도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반환점을 지나 출발선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르렀다. 어떻게든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록은 47분. 완주했지만, 유쾌함보다는 지친 감정이 먼저 찾아왔다. 메달을 받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메달이 주는 성취감은 크지 않았다. 5년 전, 첫 마라톤을 끝냈을 때의 기쁨이나 뿌듯함은 어디에도 없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겨우 걸어 완주한 그 시간은 내게 더 이상 낭만적인 기억이 아니었다.


마라톤이 끝난 후 우리는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씻고 나니 온몸이 나른해졌다.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 마치 5km를 달린 대신 5년의 시간을 단축해 온몸에 그 무게를 실은 듯한 묘한 피로감이 찾아왔다.


5년 만에 달라진 내 몸.


그것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번 마라톤은 예고된 결과였다. 딱히 관리를 해온 것도 아니고, 마라톤을 신청한 뒤로 한 달 동안 연습도, 준비도 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걸으면 뻐근함을 느끼는 이 몸으로 5km를 마친 것 자체가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다. 이 날은 내 몸 상태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허벅지 근육이 짧은 시간 안에 지치고, 종아리가 버거움을 호소할 때마다 내 몸이 스스로 신호를 보냈다.


“이대로는 안 돼. 관리가 필요해.”


오랜만에 뛰면서 내가 잊고 있던 것이 하나씩 떠올랐다. 젊음이 무기가 되던 시절에는 준비 없이도 가능한 일들이, 이제는 몸을 먼저 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 이번 경험으로 진지하게 요가를 생각 중이다. 굳은 몸을 먼저 부드럽게 풀어주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운동은 언제나 생존을 위한 도구였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생존만이 목표가 아니다. '근육 만들기 프로젝트', 나의 몸을 위한 작은 혁명이 필요하다. 일단 겨울은 좀 지나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승선을 넘었다는 사실 하나는 변하지 않는다. 그날의 바람과 추위는 힘들었지만, 결국 나는 내 페이스대로 달리고 걸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며 끝까지 완주한 그 경험은 내게 중요한 의미로 남았다. 물론, 나는 지금도 애써 합리화의 회로를 돌리는 중이다. “그 정도면 잘한 거야.”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5km가 주었던 깨달음은 생각보다 컸다. 지금의 나는 시작점에 섰다. 더 부드러운 몸과 건강한 마음으로 다시 결승선을 넘는 날을 꿈꾸며, 오늘은 조용히 몸을 쉬게 한다.


10KM를 당당히 신청할 내년을 꿈꾸며..





















이번 마라톤의 키워드는 #반성과 후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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