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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ree Ways Dec 08. 2022

간 큰 남자

3ways 막걸리 회동


여행 이후 오랜만에 3ways가 만났습니다. 지노그림 작가님의 책이 진열된 서점에서요. 신간 매대에 영롱하게 올라와있는 책을 보고 사진도 찍고, 진짜 목적지를 향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바로 막걸리집이죠.ㅎㅎㅎ 저희가 좋아하는 느린 마을로 가서 가을 막걸리로 목을 축이기 시작했어요. : )



이 책은 막걸리랑도 잘 어울리네요. 저번에 말씀드린 후지카메라 어플로 지금사진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저도 이 어플이 있는데 역시 전문 작가는 다릅니다. 그러니 이걸로 밥 먹고 산다고 말할 수 있겠죠. 자신의 전문분야로 아무나 밥 먹고 살면 좀 억울하잖아요. ㅎㅎㅎ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먹어서인지 막걸리가 쑥쑥 들어갔습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서인지 이날 텐션이 찐으로 업 되었죠. 안주도 이렇게 멋있게 찍어주시는 센스. 해물 백 짬뽕탕이었는데 추운 겨울이라 그런지 뜨끈한 게 아주 맛있었어요.



이건 오징어순대였던 것 같은데 양이 매우 작았지만 그래도 만족했습니다. 막걸리 첫 잔과 이 안주가 너무 잘 어울렸거든요. 조합이 잘 맞아서 술이 더 잘 들어갔던 것 같아요. 저희가 갔던 막걸리 집은 1000ml씩 막걸리가 나왔는데요. 세 통이나 먹었습니다. 허허허. (이날 눈뜨고 아무것도 안 먹고 있다가 처음 먹은 물이 막걸리, 처음 먹은 음식이 안주였다는 사실. 여러분, 빈 속에 술은 사람을 매우 들뜨고 신나게 합니다.ㅎㅎㅎ)



결국 안주가 모자라서 모둠전까지 시켜서 탈탈 털어 넣어 버렸죠. 진으로 텐션이 모두 높아진 저희는 이자카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왜 때문인지 술이 모자라서 인 것 같기도 했고, 우리들의 짧은 만남이 아쉬워서였던 것 같기도 해요. 자리를 옮겨 가볍게 한 잔 더 하려고 했던 저희들의 생각과 달리... 저희들의 입은 화요를 주문하고 말았습니다. 토닉워터 세트와 함께. ㅎㅎㅎ


화요를 먹기 시작하며 우리들의 기분은 더 좋아졌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기 시작했죠. 사실 이번에 모인 이유는 아일랜드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래도 계획은 좀 세우고 공부도 좀 하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면서 만나게 되었어요.ㅎㅎ 그리고 1월에도 짧은 국내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 여행은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것이 많았죠. (카톡으로도 소통이 가능하지만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만큼 빠르고 좋은 게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어찌어찌 이야기가 흐르고 흘러 프러포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여기 간 큰 남자가 있지 뭐예요. 우리 지노그림 작가님은 프러포즈를 하지 않고 결혼했다는 거예요. 1년 정도 사귀다가 때가 되어 우리 이제 결혼할 때가 되지 않았니? 그럼 결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정도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아주 큰 일날 간 큰 남자가 아니겠습니까? (스윗한 남자 좋아하는 저는... 이랬다면 식장 들어가기 전부터 펑펑 울었을 것 같은 느낌...ㅎㅎㅎ 그렇다고 또 오글거리는 이벤트는 딱 질색이라 제가 생각해도 맞추기 좀 어려운 스타일...ㅋㅋㅋㅋ)


그런데 더 당황했던 것은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이었습니다. 나의 그녀는 꽃보다 빵을 더 좋아해서 빵을 더 많이 사줬다. 지금은 명품보다 화초를 더 좋아해서 화초를 사준다.ㅋㅋㅋㅋ아무리 그래도 꽃을 싫어하는 여자가 있겠냐고요. 이 간 크신 분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니 앞에 앉아계신 지금사진 작가님의 이야기도 궁금해서 물어봤지요. 그랬더니 여긴 반대로 프러포즈를 당하신 능력자시더라고요.ㅎㅎㅎ


어쨌거나 제가 이렇게 간 크신 분과 능력자님과 함께 다닌다는 사실에 이분들과 만날 때는 조금 더 정신을 단디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고로 저의 이상형은 다정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착한 남자라는 사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들을 한참 나누다 보니 저희는 또 결국 여행을 떠날 이야기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1월엔 짧게 국내여행을, (아직 어디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두 군데 중에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 할 것 같고요.) 3월에는 일본 여행을 가기로 또 하나 여행 계획을 추가해 버렸지 뭐예요.ㅎㅎ 왜 때문인지 만나면 하나씩 계획이 늘어나는 우리...


그래도 저는 이렇게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아무 말이나 해도 이해해주고 그 사람의 원래 모습을 받아들여주는 관계의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인생의 아주 큰 축복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의미 없는 말을 할 때도 있고, 시답잖은 농담을 할 때도 있고, 각자의 추억을 더듬어 이야기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있고요.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온 세 사람이 만나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여러 이야기와 공감들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주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인생을 살아갈 때 조금 더 넓은 여유를 가지게 해 주고요.


그래서 연말이 가기 전에 또 만나려고요. 막걸리도 마셔야 하고, 추가된 여행 계획도 세워야 하니까요.ㅎㅎ 어차피 인생이 여행인데, 이분들과 함께 정말 제대로 여행하듯 물 흐르듯 재미있게 살아보려 합니다. 이 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있자니 왠지 막걸리를 한 잔 더 마시고 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약과와 귤을 선물로 챙겨주신 간 큰 남자의 멋진 사모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안주로 맛있게 먹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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