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시간 5시간이 넘는 푸꾸옥을 갈 것인가. 바로 옆 일본을 갈 것인가. 지난해 12월은 여행을 계획하는 설렘과 행선지를 고르는 머리 아픔이 함께하는 나날이었다. 일본은 뭔가 지진이 무섭다는 의견과 푸꾸옥은 다소 멀다는 의견이 충돌하면서 비교적 가깝고 호감이던 대만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항공권과 숙소를 결정하고 1일 투어를 포함한 4박 5일의 일정을 나름 짜놓고 여행 갈 시간만 기다렸다. 출국 이틀 전 둘째의 갑작스러운 열감기는 멘붕이었으나 다행히 열이 잡히고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올랐다.
1월 25일 타오위안공항은 흐리고 쌀쌀했다. 온통 한자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며mrt와 지하철을 이용해서 시먼딩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하고서야 한숨을 돌렸다. 호텔밖 풍경을 보고 나니 진정 대만에 온 게 실감 났다.
구글맵으로 찾은 훠궈집에서 저녁을 먹고 명동 같은 시먼딩 번화가를 구경했다.
여행 둘째 날은 걸어서 용산사를 구경하고 오후에는 예스지 버스투어를 다녀왔다. 용산사는 생각만큼 웅장하고 신비로웠으며 예스지투어는 사실 너무 힘들어서 스펀에서 천등 날린 것만 기억에 남는다.
천등을 날리고 때맞춰 천천히 들어오는 기차를 보니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우펀은 왜 지옥펀이 될 수밖에 없는지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실감했다. 시먼딩으로 돌아와 우육면 컵라면과 대만 맥주를 마시며 바로 뻗어버렸다.
여행셋째 날 베이터우 온천마을과 고궁박물관으로 향했다. 지하철과 버스에 지친 아이들 때문에 우버를 이용했다. 베이터우의 보글보글 끓는 온천은 눈으로만 봐도 피로에 절은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고궁박물관으로 가기 위해 서둘렀다. 폐관까지 한 시간 남짓 남아서 서둘러 주요한 보물들만 볼 수 있었다. 출장 떠난 옥배추를 못 봐서 아쉽지만 제작기간만 백 년이 넘게 걸렸다는 17겹 상아공이아쉬움을 대신했다. 버스를 타고 미라마 쇼핑센터로 넘어와 대관람차를 탔다.타이베이 101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만은 못하지만느릿느릿 꽤 높이 올라가는 관람차만의 즐거움이 있었다.
넷째 날 어른들만 서둘러 까르푸를 쇼핑하고 오후에는 곽원익 고병박물관, 스린야시장을 다녀왔다. 곽원익 박물관에서아이들은 펑리수 쿠킹클래스 수업을 들었다. 갓 만든 펑리수는 지우펀에서 구입한 것보다 맛있었고 박물관 5층에서 전통의상까지 체험할 수 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걸음을 재촉해 스린야시장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을 꽉 메우는 엄청 난 인파와 먹거리들, 코를 찌르는 취두부 냄새가 인상적인 곳이다. 때 맞춰 쏟아지는 비를 피해 개방된 도교사원 처마아래에서 소시지와 오징어구이를 나눠먹으며 현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