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예PM Feb 22. 2023

<만지타투> 이세훈 임차인 이야기

띵당의 임차인 인터뷰


언젠가부터 타투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음을 느낍니다. 한때는 어둠과 공포의 이미지가 있었다면, 이제는 패션의 일종으로 여기거나 자신의 드러내기 싫은 부분을 감추는 목적으로 타투를 하기도 합니다.


이세훈 임차인은 8년 차 타투이스트입니다. 그의 타투샵인 만지타투는 홍대입구역 2번 출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타투샵이라고 하면 영화, 드라마에서 보던 담배 연기 자욱하니 어두운, 베드만이 유독 환한 그런 뭔가 음침한 분위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만지타투를 방문했을 때 그런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담한 오피스텔 안은 밝은 조명으로 환했고, 컴퓨터에서는 다양한 음악들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 음악은 손님들 취향에 맞게 선곡하는 편이지만 대부분 작업하실 때는 클래식을 튼다)




타투샵을 하게 된 계기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전공은 아니었지만 그림 그리는 걸 즐겼죠. 그래서 원래는 방송 쪽에서 콘셉트 아트나 일러스트 관련된 일들을 했었습니다. 그랬는데 문득 생각하게 됐죠. 그림으로 다른 걸 한다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다 타투라는 걸 알게 됐고 이렇게 타투샵까지 하게 됐습니다.


홍대에서 타투샵을 오픈한 이유


홍대에서 타투샵을 오픈한 이유요? 집에서 가까워서입니다. 자전거로 출퇴근할 정도로 가깝습니다. 처음 오픈 했던 위치도 홍대였습니다. 그렇게 홍대 안에서 두어 번 이전하다가 한 번은 강남 쪽으로 갔었는데 정말 멀더군요. 그래서 다시 홍대로 오게 됐습니다. 타투샵은 위치보다는 타투이스트를 따라 멀어도 오시는 경우들이 많아서 위치 때문에 영향을 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만지타투의 의미


전 만화 보는 걸 좋아합니다. 일본만화 중에 <무한의 주인>이라는 만화가 있어요. 그 만화 주인공 이름이 '만지'입니다. '만지'는 불사 능력을 갖고 있는데, 저도 '만지'처럼 "불사의 타투를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만지타투'라고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손님


요즘 작업받는 손님 중에 팔 한쪽만 커버하러 오셨다가 등, 배를 빼고 모두 작업하게 된 분이 계십니다. 이 정도면 꽤 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작업은 한 번에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작업하는 저도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작업할 때 한 번에 4~5시간 정도가 서로 맥시멈일 겁니다. 그 이상? 그 이상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게 되면 손님도 저도 기적 직전의 상태까지 갈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시간도 맞춰 봐야 하고 사정도 맞춰 봐야 하고.. 여러 이유로 인해 1년 가까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긴 시간을 서로 함께 하다 보면 손님이나 저나 서로 잊기 힘들죠.



타투샵을 위한 공간


지금 타투샵은 바로 옆에 건물이 있어서 그런지 해가 잘 들어오진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임대료가 저렴한 편이에요. 그래서 큰 불만이 없고 지금처럼 적당한 크기의 저렴한 임대료면 좋겠죠. 게다가 생각보다 타투샵에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베드 하나 놓을 공간 외에 약간의 여유 정도만 있으면 괜찮거든요. 하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고 한다면, 인테리어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해가 잘 들어오는 높은 층에서 타투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타투


작년까지는 디자인한 그림들을 모두 벽에 붙여 놨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만지타투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이레즈미나 단색 위주의 그림을 하기 위해 그 외 디자인들을 모두 떼서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요즘 캐주얼한 패션 타투가 유행인데 그런 타투는 하루 2~3명도 가능합니다만 워낙 그쪽은 경쟁력이 높아요. 패션 타투 위주로 하는 타투이스트들도 많고요. 저는 작품 위주의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것만으로 국내에서 인정받고 먹고사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큰 그림 위주의 작업물들을 계속하려고 해요.




타투샵 고를 때 주의할 점


타투는 내 몸에 영구적으로 남습니다. 그러니 정말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해야겠죠. 요즘은 싼 가격으로 타투를 해주겠다고 하는 곳이 많지만 싼 가격에 현혹되지 않아야 합니다. 실력이나 가격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투이스트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해서 그 사람이 어떤 작업들을 어떻게 해왔는지 확인해 보세요. 가격은 그 후에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 후에 확신과 신뢰가 생겼다면 그 타투샵을 선택하면 됩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 하시면 안 되고, 타투샵을 잘 선택한 후에도 타투이스트와 많은 상의를 하며 타투하기를 결정하셔야 합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지타투를 찾았을 때, 한 손님이 타투 작업을 받고 계셨습니다. 그분의 팔에는 귀여운 두 마리의 강아지 얼굴이 새겨져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 강아지들이 누군지 물었더니 강아지별로 떠난 자신의 반려견들이라고 하셨죠.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해 타투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역시 무언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껴 봅니다. 나를 좀 더 다르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무언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방법으로 타투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부분에서도 말이죠.  



이세훈 임차인이 타투샵은 공간과 위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도 결국 좀 더 높은 곳, 좀 더 밝은 곳을 원했던 것도 그 때문 아닐까요? 기억과 추억을 위해 타투하는 사람들의 타투받는 그날마저도 좋은 기억이 되는 것이 불사의 타투이스트가 가진 바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타투가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채광 좋고 인테리어 잘 된 그런 곳에서 타투샵을 하게 된다면 그런 선입견을 없앤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저를 위해서는 높은 층에 입점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몇 시간을 한곳에 집중하다 보면 눈의 피로도가 꽤 심해집니다. 그래서 작업하는 사이사이 창 밖을 보며 눈의 피로도도 줄이고 나름의 힐링도 하고 싶습니다. 또 손님들을 위한 이유도 있습니다. 타투 부위에 따라 노출이 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층이 낮은 편이라 앞 건물을 의식해 작업할 때는 블라인드로 가리고 있거든요. 높은 층이라면 손님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더 낫지 않을까요? 보다 나은 공간에서, 보다 나은 만지타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군드립 커피숍> 임하람 임차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