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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재 Jun 06. 2023

교육철학에 관한 단상(斷想)

교육철학이란 한 마디로 ‘교육’적 현상을 ‘철학’적 방법으로 탐구하는 전공이라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철학적 방법론을 채택한 교육학의 한 분과인데, 철학적 방법론을 쉽게 설명하면 개념적인 사유와 논리적인 글쓰기를 통해 이론을 전개해나가는 연구 방법을 말한다. 그러나 여타 철학 분과와는 다른 교육철학만의 고유한 특징은 그 관심을 교육적 현상에만 집중한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나아가 그 현상을 해석할 때 ‘교육적 가치’가 대단히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따라서 동일한 현상을 비슷한 방법으로 분석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에 ‘교육적 가치’ 혹은 ‘교육적 의미’를 포함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교육철학이 아닌 사회과학 혹은 인문과학의 연구일 뿐이다.

  따라서 교육철학의 연구는 교육 실천에 참여하는 이들(교사, 학부모, 교육행정가 그리고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교육철학의 비중은 학계에서나, 교육 현장에서나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 실천에 참여하는 이들 중 교육 문제를 직면했을 때 그 답을 교육철학에서 찾으려는 시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교육철학의 존재 혹은 정체조차 모르고 있다.

  많은 교육철학자들은 이런 교육철학의 위기를 여타 인문학의 위기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하고 있고, 나 역시 그런 문제의식에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할 때, 특히나 교육철학의 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인문학의 위기가 우리 세상에 끼치게 될 악영향의 결과보다도 교육철학의 위기가 우리 교육 현실에 끼치게 될 악영향의 결과가 훨씬 불가역적이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이유는 교육학 중 인문학에 기초한 다른 분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인문학적 연구의 위기가 초래하게 되는 교육 현실의 문제적 결과가 불가역적이고 치명적이라는 주장은 교육 현상이 갖는 고유한 특징에 그 까닭이 있다. 교육(특히나 학교교육)은 인간의 생애를 기준으로 볼 때 비교적 한정된 기간 동안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비록 요즘은 평생학습이나 평생교육 등의 논의가 활발한 시대이지만, 여전히 인간이 태어날 때 물질적으로나 비물질적으로나 미완성의 상태로 탄생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생애 초기에 교육이 갖는 중요성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장황하고 거창하게 교육학의 위기를 거론하는 이유는 적어도 내가 교육철학을 하는 동안만큼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라도 교육철학을 알게 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언제나 교육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이미 12년의 의무교육을 지나왔으며 부모가 되어서는 다시 자녀의 교육을 준비해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언제나 교육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이 끼치는 교육적 영향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일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철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인류학적 관점, 공학적 관점, 심리학적 관점 등 여러 분과 학문의 방법론이 필요하다. 내가 요청하고 싶은 것은 교육철학에‘만’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분명 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꼭 여러 관점과 함께 교육철학적 관점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교육철학이란 분야가 생소하고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자신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교육철학이 어떤 답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찾아볼 마땅한 콘텐츠 또한 부족하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교육철학 논의를 소개하는 작은 페이지를 운영해보려 한다. 이 페이지에서는 교육철학 도서나 논문 혹은 최신 이론 등을 여러가지 주제에 맞게 소개한다. 물론 교육철학이 다루는 내용을 본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소개하는 단편적인 한 두 문장으로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아직은 생소한 교육철학에 입문하는 정도로는,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는 이런 노력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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