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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호 Aug 14. 2024

안주와 술

술과 어울리는 최고의 안주는 뒷담화



본인이 매일 술을 마시지만 결코 중독자가 아님을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

알코올 중독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의 공통점이 바로 피골이 상접한 몰골인데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고 대부분) 본인은 마른 자가 아닌 살찐 자이기 때문이다.

 

 

매일 저녁을 때로는 오전이나 점심을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다. 매 끼니가 정성스럽다. 그 또한 훌륭한 안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65일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로또 번호를 정하는 것만큼 재미난 것이 오늘 뭐 먹을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늘 무슨 음식에 어떤 술을 마실 까다.

주종을 가리지 않는 것이 본인의 장기이므로 옵션은 무한하다.

 

 

 

 

술을 마셔본 자라면 누구나 기본 공식은 알고 있을 것이다.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파전에 막걸리를 시작으로 안주와 어울리는 술은 다채롭다.


 

 

 

매일 술을 마시기 때문에 누구나처럼 과자부스러기에 술을 마시며 내 몸을 학대하는 일은 많지 않다. 매일 마셔도 버텨내는 체력은 풍부한 영양소를 가진 안주들에서 생성된다. 아 여기서 오해하지는 마시라! 풍부한 영양소를 가진 안주들이라고 하니 내돈내산 비싼 안주들을 사 먹을 것이라는 착각? 두부조림이나 완두콩, 직접 잡은 생선이나 밭에서 공수한 나물 등이면 충분하다. 매일 외식이면 살림 거덜 나겠지? 일주일 7회 중에서 6회 이상 직접 요리를 한다. 사실 예쁘게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므로, 대신 한 송이의 꽃과 영화 한 편은 포기 못한다. 영화는 유료와 무료 상관없이 맘껏 소비한다. 책도 마찬가지. 기분에 따라 영화 대신 책과 음악이 안주로 교체되기도 한다.

앗! 술은 다음날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마시는 것이 핵심이다.

다음날 다시 한 잔 더 먹을 수 있을 만큼이라고 해둘까?



 

그렇다 보니 술 마신 다음날 해장국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 있으면 먹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미 준비된 메뉴로 아침을 맞는다. 예를 들면 떡, 빵, 비빔밥, 카레라이스, 김밥 같은 것들이랄까? 콩나물 국밥, 돼지 국밥, 선짓국 같은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는 국물요리들이 내겐 또다시 술을 부르는 메뉴일 뿐이다.

이놈의 체력은 한계가 어디까지인 걸까? 다음날이 쉬는 날일 경우 전날 자정까지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 해장국에 해장술로 포문을 연다.



 

 

 

 

소주, 맥주, 양주, 와인, 사케 등등 수많은 종류의 술이 있고 거기에 맞는 안주들이 즐비하겠지만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이 가장 좋다. 봄이면 냉이, 봄동, 청경채 같은 채소를 된장에 풀어 넣고 주꾸미 샤부샤부에 소주가 제격일 것이다. 채수의 풍미가 가득한 국물에 만두나 칼국수 사리를 넣고 끓이면 다시 소주 1병 시작이다. 봄에만 맛볼 수 있는 도다리회나 도다리 미역국도 최고의 소주 안주다.



 

여름이면 단연 떠오르는 것이 치킨에 시원한 얼음 맥주겠으나, 건강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채소를 이용한 안주는 어떨지.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납작 썰어 볶은 후 10분 전에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한 가지 조각을 빠르게 굽는다. 구워진 가지에 준비된 토마토소스(취향에 맞는 소스)를 얹어 준 후 파마산 치즈를 뿌려주면 채소를 기피하는 사람들의 입맛도 저격! 여기에 끼안띠 한 잔이면 그곳이 바로 이탈리아 최고의 레스토랑이다. 아! 대신 클래식과 꽃 한 송이를 까먹지 마시길! 사실 여름에 어울리는 와인은 붉은 와인보다는 화이트나 로제 와인이 어울린다. 달달한 샴페인도 좋고, 단맛이 적은 쇼비뇽 블랑도 시원하게 마시기에 좋다. 특히 가볍고 상큼한 특징이 있어 새우 칵테일이나 생굴, 생선찜, 카프레제 샐러드, 그린 샐러드, 하몽, 과일, 치즈 플래터 등 무엇과도 잘 어우러진다.



 

 

본인이 토종 한국인인데 와인 예찬만 하고 끝낼 수는 없다.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 시원한 얼음막걸리를 어찌 빼먹고 가겠는가? 얼음 막걸리의 단짝은 흔히들 해물파전이나 김치전으로 알고 계시겠지만  막걸리와 궁합이 좋은 안주들은 더욱 다양하다. 우선 개인적으로 최고로 뽑는 음식은 홍어삼합이다. 홍어삼합은 삭힌 홍어, 돼지수육, 묵은지를 함께 먹는 요리다. 단골가게가 생기면 홍어애도 주는데 싱싱한 홍어애를 참기름에 푹 찍어 먹으면 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막걸리는 전통주이다 보니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들과 찰떡궁합이다.





삼색나물이나 들기름에 구운 두부조림은 어떤가? 이러나저러나 막걸리와 최고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돼지국밥” 아닐는지! 우리들이야 쉬는 날 혹은 장이 서는 날 마땅히 먹을 것이 없어 국밥집을 찾지만, 밤샘 근무를 마치고, 이른 새벽 국밥집에서 머리 고기와 내장, 콩나물과 부추가 가득 들은 뚝배기 앞에 앉아 허기를 채우는 일꾼들에게 이보다 좋은 상생이 어디 있을까? 새우젓과 다진 양념을 풀어놓은 국밥 한 수저를 뜨고, 막걸리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켜면 목구멍으로 막걸리와 함께 피로도 넘어갈 것이다.



 

풍요로운 식재료가 가득한 가을은 술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특히 가을 특유의 낭만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와 함께 한 해를 돌아보며 감사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가을 생선으로 전어가 있다. 달달하고 쫄깃하여 횟감으로 맛도 좋지만, 몸통에 칼집을 내고 굵은소금을 뿌린 전어구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을 증명하듯 적당히 기름지고 구수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가득하며 전어 특유의 잔뼈는 머리까지 통째로 씹어야 제 맛이다. 전어구이에 따뜻한 사케 한 잔 기울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가을의 중심에 있는 추석엔 삶은 닭, 문어, 꼬막, 새우찜, 잡채, 돼지갈비, 쇠고기 전, 호박전, 버섯 전, 명태 전, 고사리나물, 도라지나물, 토란국, 민어찜, 양태찜, 조기찜 등등 안주가 지천에 깔렸다. 엄마의 손맛이 담긴 푸짐한 안주에는 어떤 술을 매칭한들 성공 못하랴! 닭과 생선찜, 돼지갈비에는 소주, 각종 전에는 맥주, 나물에는 막걸리쯤이 아닐까? 섞는 것을 싫어하는 본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맥이겠지만!  



 

 

 

매콤한 떡볶이와 뜨끈한 어묵탕에 차가운 소주는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밤 당신을 배반하지 않는다.  크하! 추운 날엔 왠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안주가 당기지 않는가? 모락모락? 나의 최애 안주 굴찜, 조개찜, 만두, 연탄불에 구운 막창, 숯에 구운 매운 닭발, 곱창전골, 매생이 굴국밥... 어쩌면 겨울은 온전한 소주의 계절인 건가?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피가 질질 나는 도톰한 스테이크에 카베르네 소비뇽도 좋겠다. 진하고 무거운 놈으로다가.



 

 

보통은 술 한잔 할까? 생각하고 무얼 먹을지 정하겠지만...

본인은 그날 먹을 음식을 정하고 거기에 맞는 술을  찾는 편이다.

 

 



 

덧,

나의 동네친구들 이야기다. 그들은 모두 마른 자다. 허리 23인치+

모임날짜가 잡히고 그녀들은 먼저 가있기로 하고 본인은 퇴근 후 투입하기로 한다. 시간은 7시. 밥시간이다. 하루 메뉴를 고르는 재미로 살아가는 내게 선택권이 없었던 건 오류였다.

 

“장소는 어디?”

 

“집 앞 할맥”



 

 

 

 

... 설마... 그랬다 마른 자들에게 안주가 무슨 소용이랴!!!!!! 오직 술과 수다만이 중요할 뿐. 그리하여 할맥 입성. 그래 거기도 적당한 요리가 있으니까 일단 가보자. 도착해 보니 테이블에 생맥 3잔과 쟁반 위 잘게 자른 알포와 땅콩들이 보인다. 본인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아무렇게 않은 듯 생맥을 추가 주문한다.

 

“왔으니까 안주 하나 더 시키자!”

 

 

 

총대를 멘 듯한 더 마른 자가 메뉴판을 든다. 그리고 벨을 누른다.

 

“여기요! 모둠 포 하나요.”

 

방금 내가 무얼 들은 게냐? 방금 알포 먹어놓고! 모.... 모,,,,모,,,,,,,,,,,드음.... 포오오오옹? 뭐 마른 자들 아니랄까 마른안주만 추가를 한다고? 허허허.

 

 

 

 

본인이 종이 뒤에선 이렇게 수다쟁이로 보일 수 있으나, 사람 앞에 서면 주댕이에 지퍼락이 걸리는 터라 그냥 마른 자들이 이끄는 대로 따른다. 끄응.

 

 

 

 

 

“누구 엄마 얘기 들었지?”

“그 집 시어머니 장난 아니래.”

“야 아들 삼수한단다.”

“...”

 

마른 자들의 위선. 마른안주를 시킨 이유는 그녀들에게 ‘험담’라는 탁월한 안주가 준비되어서가 아닐까? 이 사람 저 사람 이야기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물론 긍정적인 칭찬보다는 부정적인 시선과 험담-본인이 그들을 욕하진 않는다. 본인도 참여했으므로, 원래 인간들은 남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의 피치 못할 사정을 난폭하게 파헤치는 것을 즐긴다)로 안주를 대신한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냉장고에서 오전에 삶아둔 문어를 꺼내 어슷 썬다. 바질과 로메인, 양배추를 채 썰어 볼에 넣는다. 레몬즙, 꿀, 올리브오일, 후추를 넣어 비빈 후 접시에 담아 놓고 와인바에서 로제 한 잔을 따른다.

 

 

 


 

오늘은 무얼 먹을까?

사실 오늘은 말복이다.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 녀석이 왔다.

“소고기 먹을까?”

하나로 마트로 향한다. 꽃등심과 갈비 4팩, 채소를 골라 계산대 위에 올린다.

“포인트 8만 원 써주세요.”

 

아싸 4만 원으로 알차게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꽃등심이니까 다시 진판델 한 잔!

치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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